[MBN스타 유지훈 기자] “와, 나는 세상에(웃음) 그 노래를 아는 사람이 10억 명쯤 되나 봐요? 어제 만난 어떤 친구도 ‘디스 이스 하우 위 런’(This Is How We Run)이라는 제목을 말하더라고요. 이래서 음악 함부로 하면 안 되나 봐요.”(유현상)
‘그것은 알기 싫다’(이하 ‘그알싫’)는 메인프로듀서 UMC, 보조 진행자 유현상이 만드는 시사 상식 팟캐스트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기에 PD라는 말이 더 친숙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힙합 1세대를 이끌던 랩퍼였다. 현상은 ‘디스 이스 하우 위 런’이라는 제목을 꺼냈을 뿐인데도 놀람 섞인 웃음으로 화답했다.
‘디스 이스 하우 위 런’은 두 사람이 함께 랩퍼로 활동했던 당시, 가리온의 ‘회상’ 비트에 녹음했던 노래의 제목이다. 그들은 소울 트레인 크루(Soul Train Crew) 소속이었으며 손아람, 씨럽(C-Luv), 2디알(2DR) 등이 한 팀을 이뤘다. 멤버들의 군입대와 이적, PC 통신의 쇠퇴 등으로 해체하게 됐다.
“음악계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세계잖아요. 문화 콘텐츠 만드는 자영업자의 세계에서는, 영업 못하면 못 살아남아요. 음악을 열심히 할 수는 있는데, 그걸로 즐거울 수도 있는데, 그걸로 대중을 설득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컸던 거 같아요. 이렇게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리가 없다. 대중이 무능해서가 아니고 제가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미련이 사라졌어요.”(UMC)
UMC는 소울트레인 해체 이후 활발한 음악활동을 해왔다. 1집 ‘엑세스엘피’(XSLP), 2집 ‘원/온리(One/Only), 3집 ‘러브, 컬스, 수어사이드’(Love, Curse, Suicide)라는 세 장의 정규앨범은 물론 많은 랩퍼들의 음반에 참여했다. 그러나 ‘RH- 1st Chug Chug’이라는 프로젝트 앨범 이후 음악 활동이 전무하다. 그 대신 팟캐스트를 대표하는 프로듀서가 됐다.
“내가 만드는 음악을 가지고 충분히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 안선 다음부터 제 머리는 자연스럽게 ‘무슨 직업을 해야 재밌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일은 우연히 걸려든 거고, 제가 이상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저한테 ‘그알싫’은 모험도 아니었어요. 원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이었어요. 이게 직업이 될 수 있을지가 궁금했을 뿐이지. 얻고 싶었던 것을 어떤 것을 얻어낼 만큼, 이 일은 충분했습니다.”(UMC)
유현상은 랩퍼를 그만 둔 후 작곡가로 활동했다. 랩퍼로서 무대에 섰을 때보다는 대중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팬들과는 멀어졌지만 꾸준히 음악을 하고 있던 셈이다.
“26살에 회사와 계약이 끝나고 군대 가기 전에 게임음악 같은걸 좀 했었어요. 그리고 제대하고 그때부터는 닥치는대로 게임음악, 광고, 아이돌, 편곡, 심지어는 연말시상식장을 위한 리믹스 등등.(웃음) 그런 걸 다 했었고요. ‘왜 전직을 두려워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었어요. ‘여기서 더 이상 얻을 게 없다’는 확신이요. 저는 괜찮은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어요.”(유현상)
“사실은 매력을 되게 못 느꼈어요. XSFM의 일원이 되는 것에 대해서요.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어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제가 안 해요. 제가 하면 안 되는 것으로 받아들였고요. 그런데 이제 혼자 몰래 생각해요. ‘그알싫’에서 하면 재밌는 게 뭐가 있을까 하고요. 나름의 재미를 찾은 거죠. 아니, 재미와 월급을 찾은 거죠.(웃음) 아니, 돈을 못 벌었다는 게 아니라요. 불안정적인 수입에 대한 불안은 해소됐습니다.”(유현상)
과거의 ‘그알싫’은 이용, 물뚝심송이 지금 유현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갑작스럽게 XSFM과 이별했고 ‘그알싫’은 팬들은 쓴 소리를 뱉었다. 핵심 멤버였던 두 사람의 하차는 팬들에게는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UMC는 두 사람의 하차에 대해 공식적인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 때문에 여러 가지 추측이 이어졌고 유현상이 합류했다. 이에 대한 UMC의 생각은 “우린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였다.
“그냥, 일반적인 서로의 의견차이로 인한 계약의 종료라고 보고, 그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는데, 지금까지는 틀린 선택은 아니었던 거라고 봅니다. 전체적으로 저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요. 차이점은 소소합니다. 지금 나가신 분들은 이쪽 근처에서 활동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계신데, 그게 SXFM에서 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을 거예요. 저는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요. 청취자들이 어떤 점이 아쉬운 줄 알거든요. 한주는 금방 가요. 바빠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감으로는 큰 차이가 안느껴져요. ‘그알싫’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어요. 거기에 동의하실 수 없다면 앞으로 제가 생각하는 변화가 나타날 때 즈음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UMC)
“맨 처음에는 부담감이 없었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미치겠더라고요. UMC는 진행을 계속 합니다. 앞에서 콘텐츠를 가지고 온 출연자가 말을 하면 저는 중간에서 엉뚱한 소리를 합니다. 하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웃음) 다루는 내용에 따라서, 이 방송이 가지고 있는 방향성에 따라서 조심해야 할 말들이 늘어나는 거죠. 조금 더 잘하고 싶고, 기존에 하시던 분들이 굉장히 잘했어요. 저도 들어봤는데 이용 씨는 ‘안녕하세요’만 해도 웃기는 사람이더라고요.”(유현상)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