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7년 결혼 당시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오른쪽)과 남편 필립공. [사진 출처 = 연합 뉴스] |
9일 가디언 등은 1947년 부부가 돼 2021년 필립공이 사망하기까지 74년 해로했던 두 사람의 일화를 재조명했다.
여왕은 1939년 7월 당시 13세의 공주였던 시절 다트머스 왕립해군 학교에 방문했을 때 18세의 필립공에게 첫눈에 반했다. 이후 8년 만인 1947년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이들은 부부의 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긴 세월을 함께 하면서 크게 부딪힌 적도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왕은 매사에 신중하고 전통과 형식을 중시하는 반면 필립공은 무뚝뚝하고 쉽게 화를 내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또 필립공의 친구들에 따르면 그는 대중 앞에선 겸손하지만 왕궁 내에서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
여왕은 가족 문제에 있어선 대체로 필립공의 의견을 따랐다. 일례로 결혼 초기 필립공이 여왕과 삼촌인 마운트배튼경을 차에 태우고 폴로 클럽에 가던 도중 속도가 빨라지자 긴장한 여왕이 들릴 정도로 소리를 내며 숨을 골랐다.
이를 참지 못한 필립공은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마운트배튼경이 여왕에게 "왜 항의하지 않았나. 여왕의 말대로 차가 너무 빨리 달렸다"고 하자 여왕은 "그가 하는 말을 듣지 않으셨나"라고 말했다.
↑ [사진 출처 = 연합 뉴스] |
1954년 여왕 부부가 호주를 방문했을 당시 일화도 전해졌다. 당시 촬영기사는 여왕 부부의 코알라·캥거루 관람을 촬영하기 위해 숙소인 오두막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필립공이 날듯이 집 밖으로 나왔고, 여왕은 따라 나와 돌아오라 소리쳤다. 결국 여왕은 필립공을 끌고 다시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여왕은 사진기사에 "모든 결혼생활에 이런 일은 있다"며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사진기사는 당시 장면이 찍힌 필름을 햇빛에 노출해 못쓰게 한 뒤 비서에 제출했다.
순탄하기만 한 결혼생활은 아니었지만 여왕은 필립공을 너무 나도 사랑했다고 한다. 사진 기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노인이 된 뒤에도 필립공을 보는 여왕의 눈은 소녀처럼 반짝거렸으며, 필립공이 자신
여왕의 비서였던 차터리스경은 가디언에 "필립공은 여왕을 그저 한 인간으로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남자였다"며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녀는 그런 행동을 가치 있게 인정한다고 나는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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