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은 '1+1'으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비중까지 적은 것은 아니다.
KIA의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잡은 기회를 살려 낸다면 부활도 가능하다.
KIA 타이거즈 스페셜 리스트로 자리 잡은 나지완(37) 이야기다.
↑ 나지완은 3일 광주 LG전서 대타로 나섰지만 타석에 들어서기도 전에 교체 됐다. 지금 나지완의 포지션이 딱 그것이다. 팀을 위한 스페셜 리스트로 자리잡아야 한다. 나지완이 강해지면 KIA도 덩달아 강해질 수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8회말 1사 후 한 점 뒤진 KIA는 LG 좌완 함덕주를 상대로 황대인이 중전 안타, 김석환이 볼넷으로 출루해 1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이 때 김민식 타석에서 나지완이 대타로 기용됐다.
LG도 움직였다. 좌완 함덕주에서 우완 사이드암 스로 정우영으로 투수를 교체됐다. 그러자 다시 KIA 벤치가 움직였다. 우타자 나지완 대신 좌타자 고종욱으로 대타를 다시 기용했다. 정우영이 좌타자에게 약점이 있음을 파고든 전략이었다.
나지완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법 한 대목이었다. 이 한 장면을 위해 경기 전체를 바쳤는데 정작 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김종국 KIA 감독은 덕아웃 앞에서 나지완의 가슴을 툭툭 쳤다. 위로의 의미였다.
앞으로도 이런 장면은 자주 나타날 수 있다. 현재 나지완의 위치가 딱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반대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종욱이 대타로 나서 우투수를 내리고 좌투수를 올리면 나지완에게 타석이 돌아올 수 있다.
나지완에게 현재 주어진 임무가 딱 거기까지라고 할 수 있다.
KIA는 당장 눈 앞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당분간은 좌익수에 김석환이 고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타 요원이 된 나지완은 한정된 기회에서 찬스를 살려내는 몫을 해내야 한다. 현재로선 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무게감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늘 기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경기에서 처럼 상대 투수가 바뀌도록 하는 역할만 하고 바뀔 수도 있지만 상대 전략에 따라서는 나지완에게 타격 기회가 돌아올 수도 있다.
그 찬스에서 한 방이 나와 준다면 KIA는 경기 운영이 한결 수월해 진다. 팀 분위기도 단박에 끌어 올릴 수 있다.
어찌 보면 조금 초라해 보일 수 있었도 팀으로서의 야구를 위해선 나지완 같은 선수들의 희생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가치는 절대 우습게 평가 받아선 안된다.
대타로 나섰다가 쳐 보지도 못하고 교체되는 상황.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그것 만으로도 팀에 공헌하는 바가 적지 않다. 상대 까다로운 투수를 교체시킬 수 있는 몫을 해낸 것이기 때문이다. 나지완은 그렇게 스페셜 리스트가 되어가고 있다.
화려하게 전면에 나서 야구를 수 놓는 선수들이 있다면 나지완 처럼 묵묵하게 자신의 몫을 해내는 선수도 필요하다. 이 조화가 잘 이뤄졌을 때 팀은 진정으로 강해질 수 있다.
KIA는 지금 그런 강팀의
그것이 스페셜 리스트의 존재 이유다. 진짜 특별한 선수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나지완. KIA는 아직 그에게 기대는 바가 크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