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8월, ‘좌투수 킬러’ 하득인이 날카롭게 날이 선 깨진 콜라병으로 배트를 자신의 손에 맞게 갈아내고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칼이나 사포로 그립부분을 갈아 자신의 손에 맞추지만 하득인은 주로 깨진 병을 이용했다. 워낙에 손재주가 좋았던 하득인은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안성맞춤’ 배트로 투수들을 괴롭혔다. 그는 당시 2루수를 봤지만 수비보다는 공격에 더 강해 ‘대타 전문요원’으로 활약했다. 그와 한솥밥을 먹었던 김경기(SK와이번스) 코치는 “정말 대단한 대타였다. 대타로 나가서 안타를 친 타율만 따지면 7할이 넘을 것이다”라며 하득인의 엄청난 타율을 회고했다. 하득인은 실업야구 포스콘에서 뛰다가 1994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해 늦깎이 프로생활을 시작했지만 1997시즌을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재현 기자 / basser@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