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을 빚은 최순실·차은택 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호텔방 업그레이드’ 수준의 특혜를 받아 사임한 독일 크리스티안 불프 전 대통령의 사례가 누리꾼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불프 전 대통령은 지인들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으며 대통령 직위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2012년 2월 사퇴했다.
불프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몇 주간의 상황은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영원히 훼손됐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도 “실수를 했지만 언제나 진실 되게 행동했다”고 밝혔다.
그의 사의 표명은 독일 검찰이 전날 대통령의 면책권을 박탈해 줄 것으로 의회에 요구한 뒤 하루 만에 단행됐다. 독일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 면책권 철회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었다.
불프 전 대통령은 니더작센주 총리 시절인 2008년 주택 구매를 위해 특혜성 저리의 사채를 쓴 것이 알려지면서 정치인이 갖춰야 할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기업가 친구에게 50만 유로(약 6억 2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빌렸고, 2년 뒤에 전부 상황했다. 그러나 은행 이자보다 1%p 싸게 빌렸다는 사실을 언론이 폭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독일 언론들은 이후 불프 대통령의 특혜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불프 전 대통령의 가족은 2008년 뮌헨 옥토버페스트에서 한 영화 제작사가 호텔 및 유흥비로 대신 내줬다는 720유로(90만원)가 문제가 됐고, 아내 차 리스비를 0.5%p 싸게 낸 사실이 밝혀졌다.
이어 불프 전 대통령에게 자동차를 판매한 딜러가 그의 아들에게 5유로(약 6000원) 장난감을 선물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러한 특혜에 대해 “불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한다면 ‘공사를 구분 못 한 무능력’이라는 논쟁을 떠나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불프 대통령의 각종 특혜 의혹이 공
대통령 측근들의 특혜와 비리가 국민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시각에 따라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불프 전 대통령의 특혜와 사퇴 사례가 현재 상황과 맞물려 화제가 됐다.
[디지털뉴스국 한인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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