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기술은 10년을 주기로 등장한다. 19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모바일이 세상을 바꿨다. 2007년 아이폰를 통해 우리는 거대한 변화를 목격했다. 다음은 뭘까. 바로 지금, 애플, 구글, 삼성은 모두 ‘인간의 눈’에 주목하고 있다.
↑ 데이비드 로즈 지음 / 박영준 옮김 / 흐름출판 펴냄 |
슈퍼사이트가 바꿀 미래는 삶, 교육, 놀이, 비즈니스까지 아우른다. 차근차근 미래를 만나보자.
스마트안경을 쓰고 아침의 뉴욕을 걷는다. 초고화질로 구현되는 홀로그램 디지털 이미지가 현실 위에 ‘달라붙는’다. 내가 보는 풍경은 나만을 위해 제작돼, 옆의 행인에겐 또 다른 시야가 펼쳐진다. 시선이 아파트를 향하면 부동산 광고가 붙고, 식당을 향하면 평점이 높은 식당이 추천된다. 중요한 건 이 증강현실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 우리 뇌의 특정부위를 자극하거나, 오로지 긍정적 측면만 부각한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사라진, 가장 멋진 뉴욕만이 눈에 들어온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화장을 바꾸듯, 도시의 표정도 바뀐다. 관자놀이에서 측정한 뇌파로 기분을 분석해 하늘이 밝아지고, 여름의 햇살이 더해진다.
슈퍼사이트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람의 눈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1억2,000만 개가 넘는 광수용체 세포는 1,000만 가지가 넘는 색을 구현하며 인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이로운 능력에도 불구하고 눈은 수천 년간 진화하지 않았다. 슈퍼사이트는 현실 위해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쌓아올려 눈의 진화를 이끈다. 거리 측정 카메라와 헤드셋 홀로렌즈 등의 개발로 가능해진 시야의 확장으로 증강현실(XR), 혼합현실(MR), 가상현실(VR) 등이 구체화됐고, 올 들어 애플이 ‘비전 프로’를 발표하면서 슈퍼사이트는 공간 컴퓨팅으로 귀결됐다.
이 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엄청나다. 금융분석가들은 2028년 3,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빅테크만 뛰어든 건 아니다. 엑스리얼(Xreal) 같은 스타트업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가벼운 AR안경을 500달러에 내놨다. 저자는 AI와 웨어러블, 5G 통신, 초개인화, 감성 컴퓨팅 등 지난 30여 년간 발전된 거의 모든 기술이 집약될 슈퍼사이트 기기의 미래가 초기에 애플워치가 걸었던 길을 따라갈 거라고 예상한다. 애플워치도 패션 아이템이나 브랜드를 상징하는 유행 상품이 된 뒤, 영역이 급속히 확장됐다.
마지막 장에서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술의 가능성도 엿본다. 비정부기구(NGO)를 위해 난민들의 이동 상황을 알려줘 어떻게 구호 작업에 나서는 게 효과적일지 돕는 오비탈 인사이트, 전쟁 범죄 현장을 찾아내는 포렌식 아키텍처 등의 기업이 소개된다.
슈퍼사이트는 화학무기 사용, 무법적 살인, 환경오염 등의 실태를 조사하는 탁월한 기술도 갖췄다. 저자는 “보는 법이 달라지면 생각하는 법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 앤터니 비버 지음 / 이두영 옮김 / 글항아리 펴냄 |
앤터니 비버는 제3제국의 최후의 붕괴라는 악몽에 사로잡힌 수백만 명의 경험을 재구성했다. 베를린 함락은 복수, 야만을 드러낸 끔찍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모든 역경에 맞선 생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945년 1월부터 5월까지 소련군과 주요 연합군이 베를린으로 진격하는 동안 주요 인물들의 말을 엿듣고 직접 서술하는 방식을 택해 독자가 히틀러와 스탈린의 독백을 엿듣는 도청자가 되게 만든다.
비버는 러시아, 독일, 스웨덴 기록보관소에 대한 독보적인 접근성과 영국 및 미국 자료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상당한 양의 새로운 자료를 발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6호(23.9.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