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전세사기 피해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일 국토교통부는 전날 전세사기 피해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전세사기가 발생하는 원인이 임차인과 임대인 간 정보 비대칭에 있다는 분석에 따라 임대인에게 전세사기를 예방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함정이 하나씩 존재한다.
우선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해서 보증금 변제 우선권을 갖게 될 때까지 집주인은 주택을 팔거나 담보로 대출을 받지 못하게 하는 특약을 표준임대차계약서에 명시하기로 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현재는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한 뒤 확정일자를 받아도 그 효력은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한다. 그 사이 등기부등본에 근저당권이 설정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법조인들은 법이 아닌 특약에 불과하기 때문에 임대인이 약속을 어겨도 구제받기가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대항력 발생 전 매매거래가 체결되거나 대출 실행이 된다면 선의의 제3자에 대해 임차인이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김효림 김효림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물론 특약을 근거로 임대인에게 민사소송을 걸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형사처분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세사기의 고의성을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소송인 데다가, 판결이 나올 시기면 이미 집주인이 모든 재산을 정리했을 가능성이 커 세입자가 받아낼 수 있는 돈이 없을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마땅한 시스템이 정비되기 전까지 임차인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으로 특약 신설을 추진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런 정보가 자동으로 강제로 넘어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임차인이 임대인의 세금 미납 내역과 권리관계를 열람할 수 있게 했다. 현재는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갈 시 세입자의 보증금보다 우선적으로 변제되는 금액이 얼마인지 집주인의 허락 없이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정부는 임차인이 계약 이전에 임대인의 체납 사실이나 선순위 보증금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서류를 요청할 시 임대인은 제출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집주인의 정보 제공 의무를 수요자가 요청하는 경우로 한정했고, 집주인이 정보 공개를 거절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집주인이 거부하면 그만인 셈이다. 아울러 임대차계약 과정 전반에 관여하는 공인중개사들이 배제된 점도 아쉽다는 평가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임대인이 매물 등록을 하는 때부터 선순위 채권 정보와 세금 납부 내역을 공인중개사에게 필수적으로 제출하거나, 공인중개사에게 권리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쪽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며 "그래야 공인중개사들이 매물을 확인시켜 주는 단계에서부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계약자들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들도 "고무적인 대책이지만 막상 현장에서 얼마나 잘 지켜질지가 관건"이라며 "세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강제성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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