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수익의 원천인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를 공개한 첫날 5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의 예대금리 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 중에는 전북은행, 인터넷은행 중에서는 토스뱅크의 예대금리 차가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예대금리 차는 시중은행의 4~5배가 넘었다. 정부가 시중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막기 위해 예대금리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이번 공시 결과는 향후 은행들의 행보와 소비자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은행연합회 '7월 예대금리 차 공시자료'에 따르면 전북은행은 금융소비자(가계 기준) 예금 금리가 평균 3.13%인 데 반해 대출 금리는 9.46%로 금리 차가 6.33%포인트에 달했다.
토스뱅크의 예대금리 차가 5.60%포인트에 달했고, 케이뱅크(2.46%포인트)와 카카오뱅크(2.33%포인트)는 2%대였다.
이번에 19개 은행이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한 예대금리 차는 평균 대출 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수치다. 이 차이가 클수록 금융소비자들이 은행들에 더 많은 수익을 안겨준다는 뜻이다.
[문일호 기자]
은행 19곳 예대금리차 첫 공개
5대 시중은행 평균 1.37%
지방銀은 0~6%대 천차만별
카뱅·케뱅도 2%대로 높아
고금리 서민대출 많이 할수록
예대금리차 커지는 착시현상도
금융당국이 '이자장사'라고 지적해온 은행들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예대금리차)가 처음 공개됐다.
은행권 중에는 전북은행이 6%대 가계 예대금리차를 보이며 가장 높았고, 인터넷은행 중에선 5%대의 토스뱅크가, 시중은행 중에선 신한은행이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신용점수가 낮은 서민에게 대출을 늘릴수록 예대금리차가 높게 나오는 등 수치 왜곡 현상이 심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금리가 오르는 도중에 이 같은 공시를 앞두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출금리를 낮춘 은행들이 향후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면서 다음달부터는 예대금리차가 급등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전국 19개 은행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7월 예대금리차를 공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은행들에 매달 예대금리차를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예대금리차는 은행들이 전월 취급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가중평균금리와 같은 기간 취급한 정기 예·적금과 시장형 금융상품의 가중평균금리 간 차이를 뜻한다. 이 차이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은행 수익성을 좌우한다.
금융소비자의 관심이 쏠린 가계 부문 예대금리차는 전북은행이 7월 6.33%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가장 낮은 은행은 0.82%포인트를 기록한 부산은행이었다. 전북은행은 예금금리 평균(3.13%)이 은행권 4위로 높은 편이었지만, 대출금리가 평균 9.4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해 예대금리차가 벌어졌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취약계층에 대한 중금리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렸더니 어쩔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전북은행에 이어 인터넷은행들 예대금리차도 높게 나왔다.
인터넷은행들은 신용대출 위주로 대출을 구성한 까닭에 주택 관련 대출이 있는 시중은행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토스뱅크 예대금리차는 5.60%포인트에 달했다. 수신금리가 1%에 그친 반면 대출금리는 평균 6.6%에 육박했다.
같은 방식으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2%대였지만 1%대인 시중은행에 비해선 높게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까지 당국은 인터넷은행들이 고신용자 위주 대출을 늘려왔다고 지적하면서 올해부터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위주의 서민대출을 늘렸다"며 "이번에 공시까지 의무화되면서 인터넷은행들은 높은 순위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7월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평균 신용점수를 보면 900점 이상인 5대 은행과 대조적으로 인터넷은행은 모두 900점 이하였다. 케이뱅크가 899점, 카카오뱅크가 871점, 토스뱅크가 848점으로 나타나면서 이들이 모두 중·저신용자 위주로 신용대출을 늘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토스뱅크는 가계 예대금리차가 5%포인트대를 기록해 다른 인터넷은행에 비해서도 차이가 많이 났다.
이에 대해 토스뱅크는 높은 중·저신용자 비율은 물론이고, 2% 요구불예금 미반영, 신용대출 위주 여신 포트폴리오 등 때문에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대출 고객 중 중·저신용자 비율이 약 38%로, 모든 은행 중 가장 높았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계 부문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곳은 1.62%포인트를 기록한 신한은행이었다. 5대 시중은행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는 1.37%포인트다. 신한은행은 가계 대출금리가 4.57%로 나머지 4개 은행보다 유독 높았다.
이 은행 관계자는 "햇살론·새희망홀씨 등 고금리 서민지원대출을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이 취급했던 결과"라며 "햇살론을 제외하면 평균 대출금리가 0.17%포인트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또 신한은행은 금리 인상기를 맞아 고정금리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고정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신한은행으로 고객이 몰리며 수치가 불리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우리은행(1.4%포인트)의 가계 예대금리차가 크게 나타났으며, KB국민은행(1.38%포인트)과 하나은행(1.04%포인트)은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기업대출까지 포함한 전체 예대마진으로 보면 순위가 바뀐다.
전체 예대금리차가 가장 컸던 곳은 1.36%포인트를 기록한 NH농협은행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평균 대출금리(3.9%)와 수신금리(2.54%)가 모두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는데, 다른 은행과 비교했을 때 수신금리가 대출금리에 비해 훨씬 낮았던 탓에 예대금리차가 최대로 집계됐다. 이어 우리은행(1.29%포인트)·KB국민은행(1.18%포인트)·신한은행(1.14%포인트)·하나은행(1.1%포인트) 순으로 예대금리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7월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 시점에 맞춰 31종의 예·적금 상품 기본금리를 최대 0.9%포인트 올렸다"며 "서울시와의 협약을 통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저금리
이 같은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는 현 정부 공약 사항으로, 그동안 당국이 밝힌 '이자장사' 압박과 병행해 진행돼왔다.
[문일호 기자 / 문재용 기자 / 서정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