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금융의 그늘 ◆
금융당국의 무관심이 노인을 위한 금융 인프라스트럭처가 불비한 원인으로 꼽힌다. 2년 전 고령자 전용 모바일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을 마련하겠다고 한 뒤 올해 들어서야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지침)을 마무리 지은 게 대표적이다. 당국의 의지가 확고했다면 이미 올해엔 대다수 시중은행에서 고령자 전용 앱을 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청년희망적금을 비롯해 청년을 위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고령층을 위한 금융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금융당국은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금융 앱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은행들이 이를 바탕으로 앱을 개발해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2020년 8월에도 당국은 '고령 친화 금융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하며 고령자 전용 모바일 금융 앱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큰 글씨, 쉬운 인터페이스(사용자 환경), 고령자 상용 서비스 위주 구성 등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사들이 앱을 자체 개발하도록 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는 게 골자로, 비슷한 내용이었다. 금융위원회는 관련 연구용역도 발주했다. 청운대 산업협력단에 2700만여 원을 주고 의뢰한 최종 보고서가 같은 해 12월 나왔고 시중은행에 배포됐지만 진전이 없었다. 고령 친화 금융환경 조성 방안에서 약속한 과제의 진척도를 지적한 보도 후에야 금융위·금융감독원은 국내 18개 은행 등과 함께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금융 앱 구성지침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4개월이 지난 올 2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이드라인 내용을 보면 지난해 1월 배포된 '고령층 친화적 디지털 금융환경 조성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와 별 차이가 없다. 특히 '고령자가 쉽게 의미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일관성 있는 구조와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 '작업 단계별로 고령자에게 충분한 시간과 설명을 제공한다' '고령자에게 한 번에
고령 친화 금융환경 조성 방안에서 제시된 다른 과제들은 유의미한 진척조차 없다. 고령자 전용 비교 공시 시스템 구축, 고령층 전용 상품설명서 도입, 온라인 특판에 대응하는 고령층 전용 대면거래 상품 출시 등이다.
[서정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