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역전되면서 경제 침체 우려가 번진 가운데 월가에서는 오히려 상승장을 예상해 시장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사례를 분석해 볼 때 실제 침체가 발생하는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게 상승장 예상 배경이다. 다만 이달부터 뉴욕 증시 주요 상장 기업들 분기 실적을 발표가 이어지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2.44% 에 마감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2.38%)을 앞질렀다. 며칠 새 장중 역전이 이뤄진 적이 있지만 거래 마감 기준으로 역전이 벌어진 것은 약 2년 만이다. 앞서 2019년 8월 말 두 국채 수익률이 역전된 적이 있는데 이후 2020년 4월 중국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침체가 따른 적이 있다.
장·단기 국채 수익률 역전은 경제 침체 신호탄으로 통한다. 미츠비시 UFJ파이낸셜 분석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미국 2년·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역전되고 경제 침체가 일어난 사례는 총 3번이다. 두 국채 수익률은 앞서 닷컴 버블 붕괴(2001년)로 인한 침체 422일 전,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9년) 571일 전, 중국발 코로나19 침체(2020년) 163일 전에 역전된 바 있다.
통상 장기 국채 수익률이 단기 국체 수익률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인데 투자자들이 경제 침체를 예상하면 역전이 일어나곤 한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분석을 보면, 작년 말 2.09%였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공매도 비중도 올해 3월 중순 2.2%로 늘었다. 공매도는 특정 기업 주가나 주가 지수가 앞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법을 말한다.
골드만삭스의 비키 창 이코노미스트 또한 최근 투자 메모를 통해 "미국 경제가 앞으로 6개월 안에 침체될 확률은 매우 낮고, 12개월은 지나야 침체 확률이 다소 높아질 것"이라면서 "경제가 침체되더라도 충격이 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도이체방크 측도 메모를 통해 "1978년 이후 장·단기 수익률이 역전된 사례를 분석해보면 역전된 날로부터 3~5개월 안에 S&P 500 지수가 19%이상 뛰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일 뉴욕증시에서는 '공포지수'로 통하는 변동성지수(VIX)가 전날보다 4.52% 떨어졌다.
현재 경기 침체 우려는 중국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공급망 대란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진 가운데 떠올랐다. 물가가 지나치게 뛰면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데 여기에 더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를 잡기 목적으로 기준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양적 긴축(QT)에 나서면 실물 경제가 타격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월가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이번 발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 커진 비용 상승 압박과 소비 침체 우려를 감안해 매출 목표치(가이던스)를 수정할 것이라면서 이를 감안해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신중론을 내고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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