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분석 / 하이트진로 ◆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1.7% 급증한 314억원을 기록해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매출액도 495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 늘었고, 순이익은 144억원에 달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끈 핵심 동력은 다름 아닌 '소주가격 인상'이었다. 지난해 11월 30일 참이슬 출고가를 한 병당 961.7원에서 1015.7원으로 54원 올린 결과다. 가격이 비싸지기 전에 미리 사두려는 가수요가 발생한 데다 12월 한 달 판매단가 인상까지 반영되면서 실적이 뚜렷이 호전됐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인상효과가 이어지면서 연매출이 약 4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하이트진로 소주 매출이 연간 8000억원인데 가격을 5.62% 올리면 매출액은 한 해 400억원 정도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판매단가(P)가 높아지지만 소주 소비량(Q)은 크게 감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올 1분기부터 매출 증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김승 SK증권 연구원도 "수요 둔화 없이 당장 1분기부터 100억원가량 매출 증가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외형이 커지더라도 수익성은 비용이 얼마나 지출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가격 인상 후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업체 간 마케팅 경쟁이 가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올해 하이트진로 영업이익이 1588억원으로 지난해 1340억원보다 약 248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승 연구원은 "하이트진로는 연간 1800억~2000억원을 광고비로 쓴다"면서 "마케팅 비용을 10% 늘린다고 가정했을 때 180억~200억원가량이 추가로 지출되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200억~22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지만 구체적인 광고비 편성 규모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탄탄한 실적에 힘입어 최근 하이트진로 주가도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3만850원을 기록해 연초 이후 무려 31.84% 오른 상태다. 한국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12일에도 나 홀로 급등하며 52주 신고가(3만1850원)까지 갈아치웠다.
이 같은 비약적인 주가 상승세를 이끄는 또 다른 요인은 '맥주가격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다. 2014년 기준 맥주 매출은 연간 7500억원으로 소주 매출 8000억원과 맞먹는 만큼 맥주가격이 5~6% 인상된다면 소주와 비슷한 매출 증대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주가격이 먼저 인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여론의 부담을 던 데다 가격이 동결됐던 지난 3년간 원가 상승과 물류비용 증가 등이 있었던 만큼 가격을 올릴 명분도 확보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증권업계는 4월 총선이 지나고 계절적 성수기인 여름 직전 5~6월께 인상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점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원자재와 판관비 부담이 가중됐고 할당관세마저 폐지돼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
백운목 팀장은 "맥주가격 인상을 올해 실적 추정치에 반영했을 만큼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편이지만 주가가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30배가 넘어 밸류에이션 부담은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여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자몽에 이슬' 등 과일소주 열풍이 하반기부터 시들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