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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청년들의 결혼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국가가 운영 중인 '공공예식장'이 정작 예비부부들에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무료 대관'이라는 홍보와 다르게 예비부부들이 결혼식장으로 구색을 갖추려면 단숨에 1천만 원을 훌쩍 넘기는 비용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7년 동안 실적이 한 건도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손성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경기도 의왕시가 공공예식장으로 운영 중인 시청 2층의 대회의실입니다.
신부를 비출 스포트라이트도, 화려한 꽃 장식도 없습니다.
대관료가 무료라고 홍보되고 있지만, 7년 동안 이곳에서 결혼식이 열린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 인터뷰 : 시청 관계자
- "저희가 2017년 이후로 한 게 없어서…. 돈이 훨씬 많이 드실 거예요. 여기서 하는 게."
다른 지역의 공공예식장도 결혼식장으로서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곳이 대부분입니다.
▶ 인터뷰 : 경기 부천시 OO청소년센터 관계자
- "토요일은 불가능해요. 청소년 기관이다 보니까 음주가 안 돼요. 그 돈을 주고 할 거면 차라리 (민간) 식장에서 하시라고…."
공공예식장 제도는 예비 부부들에게 낮은 비용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로 2016년부터 도입돼 현재 전국에 130여 곳이 지정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정작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비싸다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 인터뷰(☎) : A 씨 (12월 결혼 예정)
- "편하기라도 하면 사용할 텐데 불편하니까. 일반 예식장이랑 여기랑 다를 바 없이 내가 일일이 선택해야 되고 또 돈도 내야 되고…."
▶ 스탠딩 : 손성민 / 기자
- "올해 평균 예식비용은 1,283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공공예식장인 이곳 잔디광장에서 예식을 하려면 대관료는 무료지만 꽃 장식과 식사 준비에만 최소 1,500만 원이 필요해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비용이 필요합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부처는 공공예식장과 관련해 기본적인 실태 자료 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MBN 뉴스 손성민입니다. [son.seongmin@mbn.co.kr]
영상취재 : 김민호 기자
영상편집 : 이유진
그 래 픽 : 유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