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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동양의 문인화 전통을 넘어 독자적으로 '서예적 추상'을 완성한 고암 이응노 화백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생전에 고암이 자화상과 같다고 말한 '취야' 등 보기 드문 미공개 작품들이 눈길을 끕니다.
김문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웃는 눈의 돼지 머리가 걸려 있고, 그 아래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술을 마십니다.
'외상은 안 됩니다'라고 활달한 필체로 쓴 글귀가 그림의 왼편에 적혀 있습니다.
고암 이응노가 자화상과 같다고 일컬은 1950년대 대표작이자 미공개작, '취야' 연작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서민들의 고단한 현실을 목도한 고암은 정교한 묘사 대신 당대의 분위기를 보다 생생하게 묘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 인터뷰 : 최지원 / 가나아트 큐레이터
- "인물의 형태가 과감하게 왜곡되어 있습니다. 이때부터 선생님은 스스로의 작업을 '반추상'의 시대라고 명명했고…."
이 같은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전통 수묵화를 놓지 않은 고암은 무리를 이룬 새·사슴 등을 그리며 문인화로도 독특한 화풍을 구현했습니다.
고통의 시간은 예술로 승화됩니다.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2년 반 동안 수감됐을 당시에 그린 풍경화와 밥풀과 종이를 뭉친 조각 '군중'은 창조 의지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수장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경제적으로 곤궁했던 프랑스 유학 시절에도 버려진 잡지를 뜯어 붙인 콜라주와코트·솜 등을 뜯은 '문자 추상'으로 캔버스를 채운 고암은 한글과 한자의 조형적인 요소를 실험했습니다.
동·서양을 융합한 거장 고암의 탄생 120주년 전시가 예술적인 성취를 돌아보는 가운데, 말년의 대표작인 '군상' 연작은 8월에 시작하는 2부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MBN뉴스 김문영입니다. [kim.moonyoung@mbn.co.kr]
영상취재 : 김준모 기자
영상편집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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