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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대한축구협회가 이사회 승인을 통해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공식선임했다고 오늘 오후 발표했습니다.
보도자료가 토요일 오후에 나오는 건 참 드문 일인데요.
스포츠부 이규연 기자 나왔습니다.
【 질문 1 】
이 기자, 토요일인데 이사회가 열렸어요?
【 답변 1-1 】
만나서 승인한 건아니고 서면결의였습니다.
【 질문 1 】
지금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만나서 논의하지도 않고 서면결의로 결정했다고요?
【 답변 1-2 】
축구협회는 차기 정기이사회 개최까지 시일이 많이 남아있을 때나 인사에 관한 사안이나 긴급을 요하는 특별 사안에 대해서는 서면결의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0일부터 어제까지 사흘간 서면으로 찬반을 물었는데, 이사회 23명 중 21명이 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홍 감독은 내정된 지 엿새 만에 공식적으로 대표팀 사령탑 업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질문 2 】
불통 논란과 졸속 행정 비판 속에서도 축구협회가 '내 갈 길을 간다' 이렇게 나온 셈인데, 축구협회 수뇌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모르는 건가요 아니면 외면하는 건가요?
【 답변 2 】
아마 둘 다일 것 같습니다.
정몽규 회장이 지난 5일 협회 주관 축구대회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전설적인 감독인 퍼거슨이 대표팀 감독으로 와도 쉽지 않을 것이다. 누가 하든지 반대하는 쪽이 55%일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죠.
아마 정 회장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걸로 보입니다.
【 질문 2-1 】
정 회장은 모를 수 있다 해도 주위에서 직언하는 임원들이 없나요? 여론을 보면서 정무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말이죠.
【 답변 2-1 】
'3선 연임'으로 지난 10년간 이어진 정몽규 축구협회장 체제에서 최근 몇 년 간 불통 논란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현재 협회에서 정몽규 회장에게 직언이나 고언을 하는 임원이 없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이나 클린스만 사단에 100억 대 위약금을 주는 거듭된 헛발질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거죠.
【 질문 3 】
어제 박지성도 우려했지만, 국가대표 감독 취임 전부터 사임 압력을 받는 감독은 홍명보 감독이 처음인 것 같아요.
【 답변 3 】
홍 감독도 이 정도 반응은 예상 못 한 것 같습니다.
내정 발표 이후 침묵하던 홍 감독은 MBN에 "대표팀 감독 취임 전까진 K리그 경기에 대한 얘기만 하고 싶다"고 밝혔는데요.
울산 감독직을 잘 마무리하고 대표팀 사령탑으로 갈 생각이었지만 내정 이틀 후 열린 울산-광주전에 무려 50여 명의 기자가 몰렸고 굉장히 공격적인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홈 팬의 야유까지 나왔고요. 결국 그 다음 날 떠밀리듯 울산 지휘봉을 내려놨습니다.
【 질문 4 】
축구협회는 오늘 선임으로 사태가 일단락되길 바라지만 후폭풍이 더 거세질 걸로 보이는데요. 축구협회의 대책은 뭔가요?
【 답변 4 】
원래 축구협회는 다음 주에 홍명보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습니다.
【 질문 4-1 】
하지만, 이걸 또 갑자기 미뤘다면서요?
【 답변 4-1 】
네, 일단 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눈치인데요.
오늘 보도자료를 보면 "세계축구의 흐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외국인 코치 영입을 위해 유럽에서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비판 여론을 돌리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는 걸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는 분위기인데요.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최종예선에 악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부 이규연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이동민
그래픽 : 전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