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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출산율이 정말 심각한 수준인 건 다 아시죠.
그런데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엔 수십 명, 혹은 100명 이상 아이를 낳은 여성들이 있습니다. 한두 명도 아닙니다. 이런 기록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고 하거든요.
물론 진짜일 리 없겠죠. 보건복지부가 이게 무슨 일인가 들여다봤더니 아동 보호시설의 원장 등이었는데, 이렇게 황당하게 기록이 돼 있었던 겁니다.
감사원이 지난 6월,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지난 8년간, 임시 신생아 번호는 있지만 주민등록 번호는 없는 경우가 무려 2,123명에 달한다고 발표했고, 그 직후 수원에서는 냉장고 속에서 영아가, 거제에선 태어난 지 닷새밖에 안 된 영아가 살해돼 유기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충격이 계속됐죠.
그래서 놀란 복지부가 질병청을 조사했는데, 이번엔 여성 한 명이 100명 이상을 낳았다는 등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록이 쏟아진 겁니다.
질병청은 이미 13년 전부터 병원으로부터 신생아의 생년월일과 성별 등을 담은 임시 번호를 보고 받아 왔습니다. 이 정보는 질병청 전산 시스템에 저장, 관리하게 돼 있고, 업무 지침에는 통보받은 아이가 실제 출생 신고까지 됐는지 확인하게 돼 있는데, 안 한 겁니다.
그러니 태어나긴 했으나 출생신고는 안 된 아기도 저렇게 많았던 거죠. 반대로 실제 낳지도 않은 아이가 100명 이상인 엄마도 나오고요.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감사원이 감사를 못 한 2010년~2014년생 아동을 전수조사했더니,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고, 주민번호는 없는 아동이 9천603명이었다고 합니다. 감사원이 조사한 8년보다 짧은 5년을 조사했는데, 미등록 아기 수는 4배 이상 더 많았으니, 병원 밖에서 태어난 아기까지 합하면 그 수는 얼마나 될까요.
시스템이 문제라고요? 글쎄요. 지금 있는 시스템만 잘 지켰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질병청이 일을 잘했다면, 혹은 질병청이 일을 제대하는지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가 점검만 제대로 했더라도, 저렇게 생사여부 조차조차 모르는 아기들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탁상행정 하지 말고 현장에 가보라는데, 아, 아니네요. 꼭 현장에 가봐야 여성 한 명이 아이 100명을 낳지 못한다는 걸 아는 것도 아니니. 그럼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요.
바보? 무관심? 무능력? 이 중 어떤 거라도 핑계가 안 되니 어쩌죠.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탁상행정이 빚은 '100명 출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