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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MBN이 연속 보도한 13년 계부 성폭행 사건.
피해자는 15년이 지나서야 이 끔찍한 일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는데, 만일 피해 여성이 13살이 된 이후에 범행을 당했더라면 아마 계부는 처벌을 받지 못했을 겁니다.
12살까지는 공소시효가 없지만, 13살 이상 미성년자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10년의 공소시효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이런 처벌의 사각지대가 남아있는 걸까요?
이시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피해자 A 씨가 의붓아버지에게 처음으로 강제추행을 당한 건 12살 때입니다.
이후 13년간 성폭행이 이어졌지만, A 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 약 15년이 지나서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할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 : 피해자 지인
- "고소를 하게 되면 어쨌든 간에 가족한테 다 알려야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친구가 되게 망설였던 걸로 저는 기억을 해요."
▶ 스탠딩 : 이시열 / 기자
- "친족 성범죄는 매년 670건 가까이 신고가 들어오고 있지만, 대부분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독립하고 나서 시간이 흘러야 신고됩니다."
현행법상 13세 미만 피해자에 대한 성범죄는 공소시효가 없어 나중에도 고소가 가능하지만, 13세 이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 인터뷰 : 허민숙 /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 "아동 성범죄를 폭로하는 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너무나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그 정의를 얻을 기회를 완전히 봉쇄하거나 차단하는 그러한 문제점이 있는 거죠."
친족 성폭력 피해를 상담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 이상이 절반을 넘었고, 상담시점에 시효가 이미 끝난 경우는 60%에 육박합니다.
대부분 나라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 공소시효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국내엔 관련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피해자들은 공소시효의 전면 폐지를 외칩니다.
(현장음)
-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하라!"
= "폐지하라! 폐지하라! 폐지하라!"
▶ 인터뷰 : 하 윤 / 반친족 성폭력 활동가
- "친족 성폭력이라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누구나 사람이 속한 곳이라면 권력과 위계가 있고 또 거기서 은밀하다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친족 성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13살 이상 미성년자들.
공소시효 폐지가 피해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그 첫 걸음입니다.
MBN뉴스 이시열입니다. [easy10@mbn.co.kr]
영상취재 : 김준모 기자·황주연 VJ
영상편집 : 김혜영
그 래 픽 : 박영재·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