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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중환이, 뛰어난 풍수 조건을 지닌 땅으로 꼽은 난지도.
'난지'는 난초와 지초를 아우르는 말로 지극히 아름다운 것을 비유할 때 쓰였던 단업니다.
1978년 3월, 쓰레기 매립장이 되면서 난지도의 이름은 다른 의미로 바뀌어 버리지만, 대한민국에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는 곳이 있을까요.
지금은 서울 시내에서 누구나 10원 한 장 지불하지 않고도 한강변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장소가 됐습니다.
또 멋진 조형물과 예술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가을에는 한길이 넘는 갈대숲에서 숨바꼭질을 할 수 있는 곳, 캠핑을 즐기러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됐습니다.
오는 2030년부터는 생활 쓰레기의 직매립이 전면 금지되죠.
지금처럼 쓰레기를 지자체가 판매하는 봉투에 넣어 바깥에 내놓으면 수거해가던 시대가 끝나는 겁니다.
때문에 소각장 설치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는데, '내 지역에 소각장을 설치하십시오'라는 곳은 없죠.
그런데, 해외에도 우리나라에도 좋은 예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덴마크 코펜힐 지하 소각장입니다.
소각장 위에 경사면을 만들어 스키장을 지었거든요. 또, 덴마크는 살인적인 전기요금으로 유명한데, 이곳 주민들에겐 전기가 무상으로 공급되다보니 주민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동네로 변신, 오히려 주변 집값이 올랐습니다.
국내에 있는 하남 유니온 파크도 그렇습니다.
지하에 생활자원 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대신 지상에는 공원과 체육시설을 조성해 주말이면 가족들이 찾는 휴식처가 됐거든요.
난지도에 슬픔이 묻어있는 건 쓰레기 매립지가 돼서가 아닙니다.
급격한 경제발전과 도시화, 근대화를 추진했던 독재 정권시절, 그곳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하고 그냥 쫓겨나 버렸거든요.
뺏는 게 있다면 주는 것도 있어야합니다.
뭘 줘야할지 모르겠다고요?
물어보면 되죠. 문제 없는, 필요한 게 없는 지역이 어디 있겠습니까.
앞으로 온난화는 더 심해질 텐데
전기 요금은 오를 일만 남았는데
소각장 반경 몇 킬로미터 이내 지역엔 전기 무상 공급하겠다고만 해도 귀가 솔깃할 지역은 많을 것 같지 않나요.
님비가 무서운 게 아닙니다.
이런 아이디어 하나 못내고 그냥 '네 땅을 내 놓아라, 희생해라'라는 일방적 사고가 또 다른 국가 폭력이고, 무서운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는 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