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기
"제가 임신한 걸 알게 된 날 남자친구는 아이를 지우라고 했어요. 결국 전 혼자서 아기를 낳았어요. 미혼모인 저도 양육비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출범한 기관이 바로 양육비 이행관리원입니다.
하지만 양육비를 받은 미혼모는 지급 이행 약속을 받아낸 이들 중에서도 10명 중 3명밖엔 안 됩니다.
이혼이면 조금 낫네요. 이혼한 엄마의 53.9%, 이혼한 아빠의 59.5%가 양육비를 받았거든요.
3년 넘게 교제한 남자와 딸을 낳은 한 미혼모가 양육비를 주지 않는 옛 연인의 사진을 들고 1인 시위와 함께 온라인에 글을 올렸다 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판사는 '명예훼손의 고의성과 비방 목적이 있었다'며 '공인이 아닌 인물의 양육비 미지급은 공적 관심사가 아니'라고 했지요.
명예훼손은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양육비 미지급이 공적 관심사가 아니라고요? 그럼 공적 인물의 자녀는 양육비를 받고, 그렇지 않은 자녀들은 못 받아도 된다는 말일까요.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이미 양육비 미지급을 범죄로 규정하고 징역형으로 강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 법도 양육비 채무자가 감치 명령 후 1년 안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구멍이 커도 너무 크다는 겁니다.
법원의 '감치 명령'이란 걸 당사자가 직접 받아야 하는데 소장을 피해 위장 전입하거나 잠적해 버리면 소송 자체가 진행이 안 되거든요.
실제로 위장 전입, 해외 도피 등으로 실거주지가 불분명한 양육비 미지급자는 70%가 넘습니다.
'배드파더스'가 위법 가능성을 무릅쓰고 양육비 지급을 거부한 부모의 명단을 공개한 이유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럼 법이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나요? 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아빠에게, 엄마에게 망신을 주느냐고 벌주기 전에요.
양육비 미지급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아이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법이 아동학대를 하다니요. 법의 작은 구멍이 아이들의 가슴에 더 큰 구멍을 내고 있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사람의 도리에 관하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