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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진의 대부로 불리는 임응식의 대표작 '구직'입니다.
한국전쟁 직후, 서울 명동 옛 미도파 백화점 대리석 벽 앞에서 구직을 호소하는 청년의 모습을 찍은 이 작품은 당시의 암울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죠.
갑작스러운 실직은 곧 생계의 중단을 의미하는 시절이었으니까요.
직장을 잃어도 최대 9개월간 '실업급여'라는 명목으로 최저생계비를 챙겨주는 참 고마운 사회안전망, 고용보험이 생긴지 28년이 됐습니다.
그런데, 5년 동안 3번 이상 실업급여를 타간 사람이 2018년 8만2천 명에서 지난해엔 10만2천 명까지 늘었다는 걸 아십니까.
심지어 일해서 받은 월급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도 많았습니다.
지난해 전체 수급자 163만 천명 중 직장 다닐 때 세후 임금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았던 사람이 27.6%, 45만 명이나 되거든요.
참고로 실업급여는 세금을 전혀 안 냅니다.
이러니 스스로 일을 그만두면서도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권고사직 당한 걸로 해달라'고 읍소하거나 안 해주면 노동법 위반으로 고발해 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일까지 생기죠.
실업급여를 타기 위한 최소 근무 기간만 채우려고 '8~9개월만 일하겠다'고 계약서를 쓰는 일도 있다는데 그래설까요, 고용보험 가입 1년 미만 비율이 2018년 14.5%에서 지난해는 17.3%로 뛰어올랐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실업급여 하한액'이 문제로 꼽힙니다.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80%를 실업급여로 지급하는데, 전체 수급자의 73.1%가 여기 적용되고, 20대의 경우는 그 비율이 85%나 되거든요.
대다수 복지 선진국들은 실업급여 제도에 하한액을 두지 않거나 그 액수가 세후 임금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래야 일을 하고 싶어질 테니까요.
일할 때보다 놀 때 돈을 더 많이 받게 해놓고는 이걸 받아가는 사람들을 '얌체 같다'거나 '세금 도둑'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
그냥 퍼주는 정책은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일하고 싶게, 근로 의욕을 높이는 정책을 만들어야 국가도 살고, 개인도 살텐데….
그런 정책은 고민하지 않고, 그냥 퍼준다…?
이런 정책을 만든 사람들도, 그냥 놔두는 사람들도, 책임전가….
이 또한 일하지 않고 임금만 챙기는 건 마찬가지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쉬어도 돈 준다는데'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