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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 플로리다주를 휩쓴 허리케인 '찰리'는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이 재난 못지않게 주민을 힘겹게 한 건 폭풍 뒤 찾아온 '약탈자'라 불린 물가 폭등이었죠.
평소 2달러인 얼음주머니는 10달러, 250달러 받던 가정용 발전기는 2천 달러까지 치솟았거든요. 집이 무너진 70대 노부부는 하룻밤에 40달러 하던 모텔비를 4배 더 비싼 160달러씩 내야 했습니다.
플로리다엔 '가격 폭리 처벌법'이란 게 있는데, 당시 들어온 신고만 2천 건을 넘을 정도였죠.
일부 경제학자들과 상인들은 '시장에 간섭하는 것'이라며 반대하지만, 플로리다주 법무부 장관 찰리 크리스트는 '재난을 이용하는 자들의 탐욕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바가지 업체에 벌금을 부과합니다.
코로나에 공급망 붕괴까지 겹쳐 원자잿값이 폭등했다며 어쩔 수 없다면서 제품 가격을 크게 올렸던 기업들이, 이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올렸던 값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한 기업평가 업체가 이들 기업 중 상장사들의 올 1분기 실적을, 코로나 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했더니 62개 업종 중 40곳에서 영업이익이 늘었다고 하죠.
특히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자동차, 의류, 음료, 항공, 컴퓨터, 생활용품 등 7개 분야는 2배 이상의 영업이익을 챙겼습니다.
한국 수입협회가 제시하는 국제원자재가격 정보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옥수수·밀·커피는 1년 전보다 20~34%, 유가·유연탄·철광석은 15~30%, 섬유 원료는 20~30%나 값이 내렸다는데, 그래도 모른 척 값을 내리지 않고 버틴 결과입니다.
기업은 원래 이익을 보려는 집단이라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평소 '국민 덕에 삽니다'라고 했던 기업들이 코로나에 지치고 살림살이마저 팍팍해진 국민을 상대로 얄팍한 상혼을 드러내 자기 이익만을 쫓아서야 되겠습니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 정의'라고 했습니다.
한 번 올린 가격은 내리는 게 아니라고요? 그게 기업이 갖고 있는 정의라고요? 어쩌지요. 여러분이 왕이라는 소비자, 국민이 생각하는 정의는 그게 아닌데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올릴 땐 득달같더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