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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사람도 가차 없이 처벌해야 합니다.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왕인 문공이 백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묻자, 충신 호언은 '공이 있으면 상을 주고, 죄를 지었으면 반드시 벌을 내리는 신상필벌'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합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다음 날 정오에 신하들이 모이라 하고 이를 어기면 군법으로 엄히 다스리겠다고 예고하는데, 공교롭게도 왕이 가장 아끼는 신하인 전힐이 그만 지각을 하고 맙니다.
왕은 눈물을 흘리며 전힐을 처형하지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코인 투자 의혹'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처리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거 아십니까.
21대 국회에서 윤리특위에 회부된 징계안은 40건에 달하지만, 이중 심의한 징계안은 달랑 4건, 심지어 실제 징계가 이뤄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2008년 18대부터 현재까지 19대, 20대, 21대 국회 다 합쳐도 180건이 넘는 징계안 중 국회에서 처리된 건 단 두 건에 불과하죠.
사실 징계를 내리는 거 자체가 어렵습니다. 특히 국회의원직을 박탈하는 '제명'은 단 한 건도 없었는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게 만들어놨거든요.
또 징계안을 상정하기까지 숙려기간만 20일, 자문위 의견제출까지 최장 80일이 걸리게 만들어놨으니, 이건 징계를 하자는 건지 아니면 시간을 질질 끌며 초점을 흐리자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죠.
불체포특권처럼 우리 국회는 '징계 특권'까지 갖고 있는 겁니다. 진영논리로 갈라져 서로 잡아먹을 듯 으르렁대다가 징계를 해야 할 때는 같은 당이라고 봐주고 같은 국회의원이라고 봐주고.
이러니 국회에서 정의가 사라졌다고 하지요. 정의가 사라진 곳에서 무슨 바른 법이 만들어지겠습니까.
사람 한두 명에게만 사기를 쳐도 엄벌에 처하지요. 그럼 국민 전체를 상대로 잘하겠다며 표를 받아놓고 나 몰라라 하는 건요?
이렇게 엄청난 죄를 지은 사람에겐 어떻게 하는 게 정의일까요.
그게 아니라고요? 억울하다고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국회의원의 윤리와 징계를 담당하는 독립적인 제3의 기관을 만드는 거요.
하긴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음이 가질 않으니 큰일입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