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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공기가 귀한 나라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우리 집엔 나무가 많아 공기가 넉넉했죠. 그런데 옆집은 나무를 심을 장소가 부족했고 그래서 공기가 부족해 가족들이 늘 힘겨워했죠.
하지만 우리 집에 남아도는 공기를 줄 수 없었습니다. 국가에서 공기는 꼭 얼마나 받고 팔아야 한다고 정해놨는데 옆집은 비싼 공기를 사 마실 여유가 없었거든요.
우리 집은 옆집의 안쓰러운 상황을 보면서도 공기를 그냥 버릴 수밖에 없었죠.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남아도는 원유가 한 해 10만t에 이르게 됐습니다.
공급과잉이면 당연히 가격이 하락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윳값이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죠.
구매력평가 환율로 비교해 보면 국내 시중 우유 1L의 소매가격은 미국의 2.4배. 2001년 이후 20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원유가격이 10%대 오를 때 우리는 72%나 급등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불투명한 유통 구조, 사룟값 폭등과 더불어 정부가 2013년 도입한 원유가격의 생산비 연동제 때문입니다. 수요 공급과는 상관없이 낙농가의 생산비와 물가 상승률로 매년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제도죠.
한쪽에서는 과잉생산으로 원유를 버리는데 소비자는 비싸서 제대로 사 먹지 못하고 또 우유 가공업체들은 국산 대신 저렴한 수입을 쓰면서 국산 우유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년 만에 45.7%로 떨어졌습니다.
3년 뒤 미국, 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폐지되면 저가의 유제품이 무더기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고 그럼 우리 원유는 경쟁력에서 질 게 뻔하겠죠.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시행 중이라고 하는데. 이건 우유 생산을 목적으로 한 건 비싸게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 같은 가공식품을 만들기 위한 원유는 좀 싸게 한다는 겁니다. 당장 우유를 사마시기 힘든 옆집이랑은 상관없는 얘기죠.
게다가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고작 이게 대책?'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습니다.
복지라는 건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누구나 영양이 풍부한 우유를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넉넉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런 게 바로 작은 복지의 시작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남아도는 우유, 왜 오르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