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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영국 윌트셔의 연못에서 블랙 스완, 검은 백조가 나타났습니다.
부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새카맸는데 곧 반전이 일어났죠. 구조대가 깃털을 물로 씻었더니 검은색이 빠지고 흰색이 된 겁니다.
털을 물들인 건 프린트기에 쓰이는 검은색 토너로 추정됐습니다.
흔히 백조, 고니 하면 하얀 새를 의미하죠. 때문에 '블랙 스완'은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란 뜻으로도 쓰이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는 비상식의 블랙 스완이 자주 출현하는 곳이 바로 공직사회입니다.
전남도청 서무담당인 A 씨는 공용물품 구매 과정에 개인용품을 얹는 수법으로 50만 원가량을, 고흥군 공무원인 B 씨는 PC 납품업체와 짜고 영수증과 공문서 등을 허위로 작성해 예산 100만 원을 착복한 게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도 고위공무원의 인척인 것으로 알려진 A 씨는 징계에 해당하지도 않는 훈계만 받고 육아휴직 1년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전남도는 B 씨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를 외치며 고흥군에 중징계와 함께 고발을 요구했습니다. 이중 잣대 아닌가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전남도청 일부 공무원들은 사무관리비로 스마트 워치나 명품 넥타이, 건강보조식품 등도 구입한 것으로.
또 청사 내 매점을 통해 공용물품을 구입할 때 공무원노조가 '인터넷 구매 수수료 19%'를 받아 통행세를 낸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굳이 안 내도 되는 돈이니까요.
서무담당이 100만 원을 주고 인터넷으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매점을 통하면 119만 원으로 가격이 오르는 건데 이게 다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인지 아시죠.
다산 정약용은 저서 목민심서에서 부패에 찌든 탐관오리를 자벌레라고 했습니다. 먹을 게 보이면 기어가고 겁을 주면 움츠리는 비겁하고 이중적인 모습 때문입니다.
전남도 사무관리비는 팀장, 과장의 결재를 거쳐야 합니다. 그럼 이번 횡령 배임 사건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또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덮겠지요. 올해 전남도 사무 관리비는 무려 769억 원에 달합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모를 줄 알았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