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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독일을 떠들썩하게 했던 칼 비테 주니어입니다.
그는 지금처럼 다양한 매체와 공부법이 흔치 않던 그 시절 9살에 이미 영어와 이탈리아어, 라틴어 등 6개 국어를 통달했고 16살에 법학대학 교수가 된 천재입니다. 미숙아로 태어난 그를 천재로 만든 건 아버지의 철저한 조기교육이었습니다.
목사였던 칼 비테는 0세에 가까울수록 재능이 계발될 가능성이 크고 두 살이나 세 살, 네 살이 되면 가능성이 차츰 사라진다는 재능 체감의 법칙을 제시해 '0세 교육의 아버지'로도 불리죠.
태어나자마자 아이를 우리의 사교육 같은 것으로 내몰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만큼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0세' 때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비테가 들으면 울고 갈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3만 개가 넘는 어린이집 가운데 출생부터 만 1세 이전까지의 아이들을 맡아주는 '0세 반'이 없는 곳이 1만 3천 곳 이상으로 42%나 되거든요.
10곳 중 4곳 이상이 0세 아이를 받아주지 않다 보니 대개가 맞벌이 초보인 엄마, 아빠는 이곳저곳을 헤매며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이집도 나름의 속사정이 있습니다. 현행법상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한 0세 아이는 3명당 1명의 보육교사를 배정해야 하는데 그럼 보육교사 인건비가 더 들게 되거든요.
임신과 출산 공백기를 딛고 경력 단절은 피하겠다는 절박함에 서둘러 사회생활로 복귀하려는 엄마들은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요.
보건복지부는 이제야 '0세 반 부족 문제는 향후 다각적인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저출산 대응을 위해 지출한 세금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약 280조 원에 달한다죠.
이러니 국민은 안 물어볼 수가 없습니다. 아이를 낳고 당장 맡길 데 없는 게 부모들이 당면하는 가장 급하고 중요한 문제인데 이런데 안 쓰고 그 많은 돈 도대체 어디에 쓰신 겁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0세 아이' 맡길 곳 없는 나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