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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묻지 않고, 누구의 자손인가를 묻는다면 기막힌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영웅전'으로 잘 알려진 플루타르코스.
그는 사냥꾼이 사냥개를 고를 때, 뛰어난 개를 찾지, 특정 암캐의 새끼를 택하지 않는다며, 능력이 선택의 최고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갈파했습니다.
스파르타 장군인 리산드로스가 전쟁을 위해 '혈통이 아닌 능력으로 사람을 뽑자.'라고 주장했던 것 역시, 시대를 앞선 혁명적 발상이었다면서 말이죠.
그런데 1900년이나 지난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를 무색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익산시의회가 지난해 8월과 11월, 7급 정책지원관과 의장 운전 비서를 채용했는데, 알고 보니 정책지원관은 최종오 의장의 조카사위, 운전비서는 최 의장 지인이었거든요.
특히 조카사위는 이전에 없던 규정을 만들어서, 최 의장의 최측근이라는 운전비서도 기존 '운전직 공무원' 대신 임기 2년의 '시간 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으로 규정을 바꿔 선발이 가능했다는 뒷말이 무성합니다.
최 의장은 '합격한 후에야 이를 알게 됐다.'라고 하지만, 문제가 불거지자 조카사위는 사흘 전 사직서를 내고 꽁무니를 빼버렸죠.
한때 우리 국회는 의원 보좌진 편법 채용으로 홍역을 치렀었습니다. 2016년, 한 의원은 딸과 오빠, 동생을, 또 다른 의원은 조카와 동서를 보좌진으로 기용해 논란이 됐었죠. 그럼 실력이 있어도 지인이라 못 뽑으면 손해 아니냐고요? 그래서 제도적 보안이 필요한 겁니다.
프랑스 하원의원은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써야 할 경우 급여를 절반만 주고, 독일은 아예 무급으로 근무하게 합니다. 일본은 국회에 '정책담당비서 자격시험 위원회'를 둬 1년에 한 번 자격시험을 치릅니다.
제도도 제대로 만들어놓지 않고, '억울하다.'라고 주장하다 그래도 안되면 사직, 사퇴로 어물쩍 넘어가는 일, 이제 그만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내 자식, 내 조카, 내 친인척 살뜰히 챙기는 동안 남의 귀한 아들딸들이 어떤 아픔을 느끼는지 모른다면, 공직을 가져선 안 되는 거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인사권 줬더니…친인척 채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