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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처럼 홧김에 욕을 할 수 없는 성직자들은 화가 날 때 뭐라고 할까요?
부산 광안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 수녀들은 '화가 나서 감정조절이 안 될 때 어떤 표현을 쓰면 좋을까?'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보통 일이 아니에요'를 으뜸으로 뽑았습니다.
'욕쟁이 할머니' 식당처럼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욕설도 있긴 하지만, 각박한 세상 탓인지 우리가 쓰는 말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영화나 인터넷은 가히 '욕설의 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인데, 이게 또 현실을 반영한 거라고 하죠.
그런데 요즘은 욕설을 기반으로 한 '네이밍 마케팅'까지 등장했습니다.
한 카드사가 사회초년생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그 이름을 입에 담기도 민망한 '시발카드'라고 지었거든요. 커피, 쇼핑, 택시 등 말 그대로 스트레스받아 홧김에 욕하면서 쓰게 되는 돈이라는 뜻의 신조어인 '시발비용'이라는 인터넷 용어에서 따온 거라고 합니다.
유명 배구선수 김연경이 경기 중 내뱉는 거친 말의 발음 때문에 '식빵언니'라 불리자, 식품업체는 지난달 재빠르게 관련된 신제품을 내놓았습니다. 또 시바견을 캐릭터로 내세운 '시바견' 치약 마케팅도 등장했습니다.
1955년 첫 국산 자동차 이름도 '시발'일 정도로 언어유희를 이용한 욕설 마케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설문조사 결과 '욕설 마케팅에 거부감이 든다.'고 답한 비율은 58.3%일 정도로, 압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람의 품격은 입에서 나온다고 하지요. 입 '구'자 세 개가 모여 품위와 품격의 '품'자가 됩니다.
화가 날 때 욕설이나 거친 막말로 맞받아치는 대신 템포를 늦추고 옥타브를 낮추어 '보통 일이 아니에요.'라고 말해보면 어떨까요?
'내 언어의 한계가 바로 내 세계의 한계'니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욕설 난무하는 사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