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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앞서 보신 것처럼 미국이 아프간 카불 공항 테러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했습니다.
추가 테러 얘기까지 나오는 등 아프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고 있는데요.
국제부 전광열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
전 기자, 미국이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무인 공격기를 동원해 IS-K의 요원을 제거했는데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만큼 대규모 보복 공습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 기자 】
대규모 보복 공습은 아니었지만미국의 이번 참수 작전은 IS-K 지도부에 충격과 공포를 안겼을 겁니다.
테러 가담자 한 명이 탄 차량을 정확하게 포착해서 제거한 거잖아요. 한 마디로 내가 그동안 못 죽인 게 아니라 안 죽인 거라고 경고한 겁니다.
【 질문 】
차에 탄 사람 중 테러 가담자 딱 한 명만 죽이는 게 가능한 건가요?
【 기자 】
'R9X'로 불리는 미사일을 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표적을 화약으로 폭파하는 대신 하늘에서 칼을 내리꽂아 대상을 살해하는데 '닌자 미사일'이란 별칭이 붙은 무기입니다.
미국은 2015년엔 알 카에다 예멘 지부 수장이었던 나세르 알와히시를, 2017년엔 알 카에다 2인자였던 아부 알 카이르 알마스리 등을 전부 이런 드론 공격으로 죽였습니다.
【 질문 】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 보복 공습이 추가 테러를 막기 위한 경고이기도 하지만 미국 내 여론 악화를 의식한 조치로도 볼 수 있죠?
【 기자 】
그렇습니다.
아프간 철군 혼란에다 폭탄 테러로 미군 희생자까지 다수 발생하면서 거센 책임론이 일었는데요. 이것에 대한 국면 전환의 의미가 담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야당인 공화당에선 모든 미국인이 아프간을 떠날 때까지 미군 철수를 금지하는 법안을 의회가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 질문 】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은 예정대로 31일까지 대피와 철군 완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치적으로 부담이 꽤 있을 텐데 철군 시한을 고수하는 이유가 뭘까요?
【 기자 】
20년 전 시작된 아프간 전쟁의 목적은 알 카에다 거점 해체와 오사마 빈 라덴 같은 핵심 인사 제거였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다 해소됐다고 본다면 바이든으로선 전쟁을 더 끌고 갈 이유가 없죠.
게다가 아프간은 지역 패권을 위한 교두보가 아니라 테러리즘이라는 위험을 통제하는 차원이었습니다.
지난 20년간 아프간에 쏟아부은 비용이 2,600조나 되는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이젠 정말 그만둘 때라고 생각한 거죠.
【 질문 】
계속 주둔해봐야 미국에 실익이 없으니까 발을 뺀다는 거네요.
그건 그렇고 탈레반이 이번 테러 직후 배후를 자처한 IS-K와 선을 그었더라고요. 이유가 뭘까요?
【 기자 】
탈레반은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 생겼던 반군 중 하나입니다. 아프간 안에서만 활동하는 아프간 사람들이죠.
반면 IS는 통일된 이슬람 국가를 만드는 게 목적인 조직이라 민족 개념도 없습니다.
탈레반 지도부가 온건하다며 불만을 품은 대원들이 IS-K에 합류하기도 했죠.
미국 입장에서 탈레반이 그나마 공존할 수 있는 코로나19라면 IS는 델타 변이입니다.
【 질문 】
이번 테러로 탈레반과 IS-K의 갈등이 불거졌다는 분석도 있더라고요?
【 기자 】
이제 아프간 권력이 탈레반에 넘어갔기 때문에 IS든 누구든 아프간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국제사회에선 탈레반에 책임을 물을 겁니다.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국가로 공인받고 싶은 탈레반으로서는 IS-K와 선을 긋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탈레반의 여러 분파 중 호전적이고 투쟁을 목표로 하는 세력이 IS-K와 연대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아프간 칸다하르의 탈레반 분파인 하카니 네트워크만 해도 지도부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일단 지도부와 미국이 합의한 미군 철군 시한인 8월 31일까진 잠자코 있어도, 그 이후로는 어떤 행동을 저지를지 모르는 단체입니다.
【 앵커멘트 】
그렇군요. 지금까지 국제부 전광열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