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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말 대신, '수어'라는 손짓으로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데 아쉽게도 '수어'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민들레도, 개나리도 그냥 '꽃'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농인 학생들이 식물과 곤충을 표현할 수어를 직접 개발했다고 합니다.
강영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기자 】
화창한 봄날 오후,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이 숲 속 탐방에 나섰습니다.
선생님의 안내에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은 농인학교 학생들입니다.
- "이제부터는 재밌는 놀이 같은 자연 생태를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볼 건데요."
이번 탐방엔 이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이 개발에 참여한 60개 수어가 사용됐습니다.
개나리, 민들레 같은 꽃 이름부터개미, 장수풍뎅이, 산딸기까지.
눈으로 볼 수 있지만, 수어로 존재하지 않던 단어들이 손끝에서 만들어졌습니다.
▶ 인터뷰 : 김주희 /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대표교사
- "개나리 같은 경우는 예전엔 그냥 '노란 꽃' 이렇게 썼거든요. 그런데 노란 꽃이 많잖아요. 산수유도 노란 꽃이고 개나리도 노란 꽃인데…."
수어엔 곤충이나 식물에 관한 표현이 부족해 농인들의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지기 어려웠습니다.
▶ 스탠딩 : 강영호 / 기자
- "한국수어사전에 등재된 수어는 1만 5천여 개 가량인데요. 이중 대다수는 생활수어나 전문수어로 동·식물관련 수어는 61개에 불과합니다. 국어사전의 0.4퍼센트밖에 되지 않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수어로 대화가 더 풍성해지면서 숲 속 탐방은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됐습니다.
▶ 인터뷰 : 오스카 /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학생
- "수어로 하니깐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시야도 넓어지고 굉장히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학교 측과 함께 수어 연구에 나선 국립공원공단은 앞으로 50개 수어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MBN뉴스 강영호입니다.
[ nathaniel@mbn.co.kr ]
영상취재 :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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