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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뒤 세상을 떠난 공군 부사관 사건, 이 사건을 향한 진실의 문이 열리자마자 터져 나온 군의 행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공군은 사건 은폐에 2차 가해, 내 식구 감싸기, 회유 압력 등등 정말 모진 일들을 저질렀죠. 조국의 하늘을 지키겠다고 입대한 부사관에겐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었습니다. 성폭력이 발생한 3월 2일부터 죽음으로 항변한 5월 22일까지 81일간을 견디긴 힘든 고통 속에 지내야 했던 겁니다.
공군은 첫 피의자 조사를 5월 31일에야 실시했습니다.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죠. 국민들이 이 사건을 군에 의한 '타살'로 규정하는 이유입니다. 사퇴한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이 사건을 처음 보고받은 건 사건 발생 한 달여 뒤, 이때도 이 전 총장은 별다른 조사나 대책 마련을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일선 간부부터 최고책임자인 참모총장까지 별다를 게 없던 거니, 누굴 탓하겠습니까.
그럼 공군 밖은 어떨까요.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 등등 비슷한 일이 계속됐지만, 대통령조차 이 사건들에 대한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부사관 사건에 대해선 '그냥 넘길 순 없다.'라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요. 야당에서 선택적 사과, 분노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만약 전 시장들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당정이 강하게 분노하고, 대책을 지시하고, 사과를 했더라면, 그래서 성폭력이 얼마나 무섭고,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건지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었더라도, 공군에서 이렇게까지 피해자를 방치하고, 회유하고, 사건 조사를 미룰 수 있었을까요.
군이 이제서야 부랴부랴 수사를 한다지만, 여론은 냉소적입니다. 파문이 가라앉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성폭력 피해자 사건은 반복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네 편, 내 편에 대해 차별하지 않는 분노. 그래서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줘야 합니다. 그걸 정부에서 시작해주면 어떨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