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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많이들 심난하실 텐데요.
이럴 때일수록 문화생활도 좀 즐기고 하시면서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 문화가 볼거리, 가볼만한 곳을 취재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김천홍 기자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홍)안녕하십니까.
박)연평도 도발로 문화가 일정들도 많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래도 그 와중에도 영화는 꾸준히 개봉되고 있죠?
이번 주 극장가부터 살펴볼까요?
홍)네, 말씀하신대로 영화들은 꾸준히 개봉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많은 영화들이 개봉했는데요. 이래저래 우리나라와 관계 있는 영화들이 많이 개봉했습니다.
오늘은 한국배우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한 편, 한국영화 한 편, 한국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 한 편. 이렇게 세 편의 영화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먼저 한국배우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박)아, 장동건 씨가 나오는 영화 말씀하시는 건가 보군요.
홍)네, 장동건 씨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개봉전부터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워리어스 웨이'입니다.
사실 촬영을 마친 지는 꽤 됐는데 좀처럼 개봉이 되지 않아서 의구심을 낳기도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본다면 생각보다 괜찮은 오락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세계 최강의 전사가 있습니다. 이 전사 앞에 남은 건 상대의 갓난 아기인데요.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 아이를 죽여야 하지만 이 냉혈한 전사도 아이의 해맑은 웃음을 보고는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결국 칼을 놓은 전사는 이 아이를 데리고 한 마을에 정착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세상이 주인공을 가만히 놔 두지 않죠.
마음 잡고 살만 하면 악당들이 건드리는데요.
주변 사람들과 마을의 평화를 위해 다시 칼을 잡게 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내용도 단순한 데다 배경도 그렇고 묘사 자체가 오버다 싶을 정도로 과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관객들이 보기에는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그러나 아무 생각없이 즐기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그 순간 영화는 꽤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현란한 영상과 마치 사물놀이를 연상시키는 음악 등이 스타일리시한 맛을 살려주고요.
장동건 씨와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보스워스(슈퍼맨 리턴즈 출연)의 호흡이라든지, 장동건 씨의 영어 연기, 액션연기 등도 색다른 볼거리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진지하게 보는 순간 이 영화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냥 보셔야 합니다.
박)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재미삼아 보라는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요즘 머리도 복잡한데 이런 거 괜찮죠. 다음은 한국영화죠?
홍)「네, '쩨쩨한 로맨스'라는 영화입니다. 제목부터 느낌이 팍 오죠?
」쩨쩨한 성향의 남녀가 싸우면서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 맞습니다.
그런데 설정이 조금 기발합니다.
우선 이 영화.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는 드물게 19세 관람가. 즉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보통 흥행성적을 위해 최소 15세 관람가 등급 정도로는 맞추는데 감독은 아예 작정하고 19세 관람가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성인들만의 코드가 있다는 말이겠죠?
여성들이 좋아하는 목욕탕 목소리의 이선균 씨가 허세 가득한 성인 만화가 역할을 맡았고요.
4차원 매력으로 가득한 최강희 씨가 말만 연애 고수인 성인잡지 번역가 출신의 칼럼니스트 역할을 맡았습니다.
두 사람은 1억원이 넘는 상금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전 당선을 위해 만화가와 스토리 작가로 만나게 되는데요.
워낙 성향이 독특하고 다른 탓에 사사건건 부딪치기만 합니다.
허구한 날 싸우니 마감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 의문인데요.
이렇게 싸우면서 정이 드는 법이죠.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이 많이 겹치고 딱히 특별할 건 없는 내용이지만 성인 대상으로 작정하고 만든 작품인 만큼 기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야릇한 코드가 있습니다.
연인들이 함께 볼만한 영화입니다.
박)성인용 로맨틱 코미디라... 참 신선한데요? 다음은 할리우드 영화입니까?
홍)「네, 맞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입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한국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작품이죠. '스위치'라는 영화인데요.
」여주인공인 캐시는 미혼이지만 아이를 낳고 싶어합니다.
당연히 인공수정 밖에 방법이 없는데요.
절친한 친구인 월리는 술에 잔뜩 취해 실수를 하고 맙니다.
캐시가 정자은행에서 기증받은 정자가 담긴 통을 쏟아버린 겁니다.
그래서 생각해냈다는 임시 방편이 자신의 정자로 내용물을 채우는 건데요.
이 사실도 모르고 캐시는 아이를 낳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누구의 아이입니까?
약간은 우리 영화 '과속 스캔들'을 떠올리게도 하는데요.
전형적인 미국식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정자은행이라는 설정도 사실 그렇게 새로운 게 아니고 우리와는 약간 맞지 않는 미국식 유머가 좀 겉돌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대충 시간을 즐기기에는 크게 부족함은 없는 영화입니다.
박)다음 공연계도 한 번 살펴볼까요?
홍)먼저 연극 두 편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영화 '왕의 남자' 아시죠?
박)아, 그럼요..
홍)「바로 이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입니다.
」벌써 공연 10주년을 맞은 연극계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영화와 달리 연극에서는 연산군(정진영)과 공길(이준기)의 비중이 큽니다.
영화에서 주로 강한 성격의 역할을 많이 맡았던 김뢰하 씨가 연산군 역을 맡았고요, 드라마에서 왕 전문으로 나왔던 아역배우 출신 정태우 씨가 공길 역을 맡았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으로 광기를 넘나드는 연산군과 그의 곁에서 자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정체성을 왔다갔다 하면서 살아가는 공길, 그리고 서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걸쭉한 입담을 보여주는 광대 장생.
세 사람을 큰 축으로 인생을 보여줍니다.
심리묘사는 물론이고, 각종 성대모사와 음담패설 등 언어유희를 이용한 조선시대판 개그와 화려한 광대들의 아크로바틱도 볼만합니다.
서울공연은 이번 주가 마지막이니 만큼 아직 못 보신 분들 있으시면 꼭 챙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연극 '애자'입니다.
」'친정엄마'와 마찬가지로 영화로도 나온 작품입니다.
영화에서는 앞서 '쩨쩨한 로맨스'이 주인공인 최강희 씨가 주연을 맡아 깜짝 흥행을 하기도 했는데요.
지난해에는 소유진 씨와 금보라 씨가 주연을 맡아 연극으로도 꽤 사랑을 받았습니다.
결혼을 한 여성들이 친정엄마를 모시고 가셔도 좋고요,
속 썪이는 딸 가지신 엄마들은 딸 손 붙잡고 사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교훈을 전해주는 연극입니다.
박)네, 그나저나 요즘 시국도 뒤숭숭한데 콘서트 소식은 좀 있나요?
홍)「시국 탓도 있고, 또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 공연이 대거 몰린 탓에 이번 주에는 공연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 중 하나를 소개해드릴까 하는데요.
가수 변진섭 씨의 콘서트입니다.
변진섭 씨..90년대를 풍미했던 대형가수인데요.
희망사항, 숙녀에게, 새들처럼, 우리의 사랑의 필요한거죠, 로라, 너에게로 또다시, 홀로된다는것, 너무 늦었잖아요, 내안의 그대, 사랑이 올까요 등등등 ... 발라드의 황제답게 주옥같은 발라드 히트곡들을 주 레퍼토리로 들려주고요.
자신의 히트곡 뿐만 아니라, 새롭게 재해석한 리메이크곡, 국내외 중에 최고의 인기 발라드, 대학시절 활동했던 그룹사운드의 기억을 살려 재도전하는 "록 발라드", 절친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노래하는 토크송, 올 한해동안 팬들을 위해 땀흘리며 쌓아온 변진섭의 비공개버전 내공까지 이 모두를 한번에 만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변진섭 씨에 대한 향수가 있는 30대 이상 팬들이 보면 좋을 것 같은 그런 공연입니다.
박)마지막으로 어디 가볼만한 곳 좀 살펴볼까요?
홍)정지용 시인의 '향수' 아시죠?
박)아 그럼요..
홍)「시로든, 대중가요로든 많은 분들에게 익숙할 텐데요. 바로 그 '향수'를 쓴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기도 한 충북 옥천을 추천해드립니다. 」
관광공사가 추천하는 12월의 가볼만한 곳으로도 선정된 곳인데요.
우선 옥천읍 하계리에는 시인이 나고 자란 생가가 복원돼 있고, 그의 문학을 조명할 수 있는 문학관이 세워져 있습니다. 정지용 시인의 문학세계를 더듬어볼 수 있는 곳이 되겠고요.
최근에는 옥천의 옛 중심지였던 구읍에서 대청호반의 장계관광지를 잇는 ‘향수 30리 길’도 만들어졌습니다.
이 길에 오르면 길가의 상점 간판에도, 관광지의 구석 구석에도 정지용 시인의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트래킹 컨셉과 문학이 어우러진 코스인 셈인데요.
이 밖에 대청호 주변이라든지 장계관광지 등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하고 있는 곳도 많습니다.
서울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니 만큼 당일로 쉭 다녀올 수 있는 나들이 코스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