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현진 작가. [사진 제공 = PKM갤러리] |
'인스턴트(일시적) 소속감'이 좋고 몸에 연기를 좀 더 붙여 보려고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을 누비던 그가 다시 전시장으로 돌아왔다. 서울 PKM 갤러리 개인전 '말보다는'에 회화, 조각, 설치, 음악, 비디오, 공연, 대본 등 작품 60점을 펼쳤다. 회화 3점을 제외하고 모두 신작이다.
어쩐지 삐딱해 보이는 그는 3년간 준비한 전시작 관련 설명을 없앴다. "이번 전시에 텍스트(text)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시를 보러 다니면서 받은 핸드아웃(유인물)에서 인상적인 텍스트가 없었고 오히려 방해가 됐거든요. 작품과 곡을 설명하는게 저한테 맞지 않아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추상화들의 색과 선이 예전보다 정제된 것 같다. 그래도 무엇을 그렸는지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작가는 "지난 20년 정도 줄창 이야기해왔는데, 각자 DNA(유전자)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 조건이 다르니까 한 명 한 명이 느끼는게 맞다"며 "내가 작업한게 쓸모없는 무언가라고 해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어로 표현이 안 되서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든다고 한다. 작품 제목 '밝은 어두움' '드나듦' '청신호' 등은 그저 별명이자 애칭에 불과하며 즉흥적으로 그린다.
"연애가 어떻게 끝날 지 모르고 하는 것처럼 그림 과정도 비슷해요. 막 그리기 시작합니다. 어느날 불쑥 시작됐다가 어떻게 될 지 계속 지켜봐요. 그래도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까 '저거 백현진 그림이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 같아요."
↑ 백현진 작가 |
"역병의 시절을 통과하면서 인간의 문명을 생각하게 됐어요. 음악은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연기도 디지털로 저장되는데 그림은 계속 남아 항상 마음에 걸렸죠. '뭘 이렇게 물건(작품)들을 만들어낼까' 지겨워 죽겠더라고요. 이제 뒷동산에 버려도 분해되는 소재를 찾아 그림을 그리니까 마음이 편해져요. 컬렉터가 그림을 사서 보다가 자연으로 돌려보내 사라지면 진짜 멋있겠죠."
↑ 백현진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PKM갤러리] |
"카메라도 냉장고나 선풍기 같은 기계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저 촬영감독이 연기를 기록하는 기계죠. 상업 영화 현장에 많게는 200~300명이 있어서 인스턴트 소속감이 들어 좋아요. 음악이나 미술이나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많아서 정신적으로 균형을 맞추는게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소속사도 말릴 만큼 드라마 촬영이 많아졌죠."
↑ 백현진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PKM갤러리] |
그렇다면 배우로서 버는 수입이 미술품 판매액을 넘어섰을까. 그는 "2000년 초부터 독립영화에 출연해왔고 5년전부터 드라마에서 불러 아직은 출연료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내 작품이 싸지 않다"고 답했다.
하정우, 하지원, 솔비(권지안) 등과 묶여 '연예인 화가'로 조명되는 기사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랬다 "이제 나도 떴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분도 그리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리고 저는 성실하게 일을 보려고 합니다. 일한거 창피한게 싫거든요."
전시는 7월 3일까지.
↑ 백현진 개인전 `말보다는` 전경. [사진제공=PKM갤러리]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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