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동물원, 이런 코미디는 처음이다. ‘극한직업’ 제작사의 무리수로 완성된, 졸음을 견뎌야만 완주할 수 있는 ‘해치지 않아’(감독 손재곤)다.
생계형 수습 변호사 ‘태수’(안재홍)에게 위기의 동물원 ‘동상파크’를 살리라는 특명이 주어진다. 이 미션만 해결하면 고생 끝, 대형 로펌 정 직원 전환과 함께 꽃길 시작이다. ‘동상파크’의 새로운 원장으로 급 파견 된 그는 손님은커녕 동물조차 없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직원들에게 동물로 위장근무 하자는 황당한 제안을 하고, ‘동산파크’ 5인방의 골 때리는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는 지난해 코미디 신드롬을 일으킨 ‘극한직업’의 제작사가 새롭게 선보이는 또 한 편의 코미디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동물 대신 동물이 된 사람들’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안재홍 강소라 김성오 전여빈 박영규 등 내공 있는 배우들이 합세해 새해 첫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안타깝게도 그저 졸리다. 전개는 진부하고 웃음은 소박하다. 무엇보다 응원하고 싶을 만한 킬링 캐릭터가 없고 공감지수도 낮다. 웹툰 원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밋밋하고 어떤 지점에서도 ‘한 방’이 없다. 드라마 역시 힘이 없이 늘어져 메시지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동동 뜬 소재만 아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망해가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한 태수의 파격 제안은 기발하기 보단 황당함에 가깝고, 이 황당한 플랜이 스크린으로 구현되는 과정은 비주얼 면에서나 이야기 면에서도 완성도가 떨어져 유치하고도 어설프다. 그 의도가 처음부터 순수하지 만은 않아 공감도 쉽게 가질 않으며, 그나마 후반부 성장과 각성‧반전의 과정은 지극히 뻔해 어떤 카타르시스도 주지 못한다.
동물의 탈을 쓰고 위장 근무하는 5인방의 고군분투는 짠내만 한 가득, 북극곰이 콜라를 먹는다는 장면 하나로 모든 미션이 대박난다는 전개도 억지스럽다. 게다가 급반전되는 위기와 그것의 해결은 더 없이 진부하다. 긴장감 없는 에피소드의 연장 속에서 맞는 엔딩은 또 어떻고.
배우들의 연기력에는 구멍이 없지만 캐릭터 자체가 개성이 없어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무엇보다 동물원을 배경으로 하지만 정작 동물을 볼 기회가 없어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지점도 찾기 힘들다. 가족 영화로 보기에는 스토리가
오는 1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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