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하자, 정부는 내년부터 신용카드 수수료를 역대 최대 폭으로 내리게 했죠. 그 바람에 카드사들은 지난해 6천억 원에 이어 이번에 8천억 원의 수수료 손실을 감수해 내년이면 1조 4천억 원의 이익이 줄어듭니다. 우리나라 모든 카드사의 1년 영업이익이 2조 원가량 되니까 정부가 민간기업의 영업이익을 무려 70%나 쳐내버린 셈입니다.
그러니 카드회사는 직원을 줄이거나, 신용카드 소지자에게 주던 서비스를 확 줄일 수밖에 없겠죠. 이젠 커피 가게나 레스토랑에서 받던 할인도 확 줄어들 것이고, 카드로 휴대폰을 구입할 때 받던 할인 혜택도 없어질지 모릅니다. 자영업자 살리려고, 카드사 직원과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턴 셈입니다.
또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애주겠다며, 서울시가 다음 달부터 시범 도입하는 '제로페이'도 오늘부터 시범 실시에 들어갔지만, 가맹율은 달랑 2.5%. '정부가 나서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아집만 있었을 뿐, 소비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움직일지는 '안중에 없는 정책'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정부가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정책은 이외에도 많습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며 내년 중 민간 보험사의 실손 의료보험료도 내리겠다고 했죠, 가뜩이나 적자인 손해보험사들은 전전긍긍. 아예 상품판매를 포기하는 곳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억지로 통신요금을 내리게 하다 보니, 차세대 5G 상용화를 위한 투자까지 위축되는 상황. 지난해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8.2부동산 대책 역시, 오로지 집값만 잡으면 된다는 일념으로 규제를 쏟아붓다 보니, 지방 부동산 시장은 초토화 돼 버렸고, 주택담보대출 제한은, 돈 있는 사람만 집을 사고, 집 없는 서민들은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정부가 시장가격에까지 깊숙이 개입하다간, 자유경쟁 시장에서 얼마나 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지, 우리는 곧 목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왜곡의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오겠지요.
프랑스 혁명 당시, 정부가 반값 우유 정책을 추진하자 낙농업자들은 젖소를 도살하거나 팔아버렸습니다. 국민들은 당장 마실 우유가 줄어 더 힘들게 됐죠. 우리 정부에 딱 이 한마디만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앞뒤 안 가리고 찍어누르는 정책만 내놓지 말고, 좀 멀리도 보고, 보다 큰 그림 좀 그려주시면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