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김재환(두산·30)이 마침내 리그 MVP 영광까지 차지했다. 개인성적에 팀 성적, 팀 기여도, 타이틀 상징성, 스타성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은 없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그의 과거 금지 약물 복용 전력 때문. 김재환은 참회와 다짐으로 기쁨의 소감을 대신했다. 보기 좋은 선행약속도 했다. 나름 의미 있는 정면돌파를 한 셈인데 물론 모든 것을 가릴 수는 없었다.
19일 열린 2018 KBO리그 시상식에서 MVP 주인공으로 호명된 김재환은 웃지 않았다. 이윽고 “제가 짊어지고 가야할 책임 같은 것들을 더 무겁게 가지고 앞으로 남은 인생, 좀 더 성실하게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의미심장한 소감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2011년 파나마야구월드컵 당시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10경기 출전정지를 당한 기억을 떠올렸다. 김재환은 신중하게 소감을 옮기더니 부상으로 받을 중형차를 좋은 곳에 사용하겠다며 기부의사를 밝혔다. 장내는 잠시 술렁였고 시선은 김재환에게 향했다. 영광스러운 자리, 수상자 김재환의 모습은 분명 사뭇 달랐다.
↑ 김재환(사진)이 2018시즌 KBO리그 영예의 MVP로 선정됐다. 사진(서울 역삼)=김영구 기자 |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김재환은 “그것(금지약물 복용)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과의 약속이라는 의미에서 이야기를 했다”, “팬들이 있기에 감수해야 한다”, “최근 3년간 힘들었다” 등 자신이 느낀 심정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사실, 야구를 그만두려했다”, “지금껏 후회한다. 하루도 안 빠지고 후회했다”등의 멘트에서는 짐짓 비장감도 엿보였다. 물론 MVP까지 수상한 마당에 피할 수도 없긴 했다.
금지약물 복용은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이다. 근간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김재환은 최근 몇 년 실력 있는 타자를 넘어 최고의 타자로까지 진화했다. 스스로는 월요일도 쉬지 않고 피나는 노력을 한 것이라 말하겠지만 체육계 전체가 수긍하기에는 여전히 쉽지 않은 요소다. 금지약물 스캔들이 단순 국내 프로야구를 넘어 전 세계 스포츠 제전마다 사라지기는 커녕 반복되고 있기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김재환의 MVP 수상은 하나의 시사점을 안겼다. 과거와 현재, 팩트와 참회, 개인과 리그 전체 등 어울리기 힘든 요소들 속 올바른 방향이 무엇일까이다. 향후 야구팬들의 시선은 어떻게 흘러갈까.
그나마 김재환이 공적인 자리서 어물쩍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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