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용어인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효과가 주택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생산량 증가에 따라 단위당 생산비가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규모의 경제’는 주택시장에서는 아파트의 규모가 클수록 주거선호도가 높아지는 모습으로 발현되고 있다.
◆ 세대수 많으면 가격·관리비도 줄고 상권·교통망 형성도 남달라
일반적으로 아파트 규모가 클수록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절감돼 공급가격이 낮아지고 입주민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을 대거 설치할 수 있어 효용가치가 크다. 또 세대수가 많을수록 인건비나 공공전기요금, 수선유지비 등 공용관리비 부담도 줄어든다. 공공관리비는 세대수와 지분별로 분할해 납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거주 인구가 많은 대단지의 경우 주변으로 상업 및 문화시설이 들어서면서 대형 상권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이용객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버스노선이 새로 들어서기도 하고, 신도시(택지지구)의 경우 대단지 주변에 지하철 역사가 신설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공급자인 건설사 입장에서는 매머드급 대단지아파트가 들어서면 자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보다 우수한 자재를 사용하거나 설계 및 조경·커뮤니티시설 등을 특화시켜 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담보가치의 급격한 상승이 어렵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소규모 단지에 비해 급매물로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투자자가 많아 입주 후 몇 년 간 이들의 매물이 집값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규모가 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컨소시엄(공동 사업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으나, 순수한 단합을 넘어 건설사간 ‘담합(談合)’으로 변질될 경우 조합원의 손해가 우려되는 점도 단점이 될 수 있다. 주차장·조경·조명·통로 등 공동시설 하자보수 발생 시 책임 전가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신규 분양이라면 대규모 미분양 발생 시 여파가 중소 규모 단지에 비해 클 수 밖에 없다.
◆ 매머드급 대단지, 프리미엄도 남달라
주택시장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부동산114가 지난 2013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약 5년 간 전국 아파트의 가격변동률을 살펴본 결과, 1500세대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의 가격변동률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전국 아파트 가격변동률은 27.8% 상승한 데 비해 1500세대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는 40.1%로 상대적으로 높은 집값 상승률을 보였다.
또 2016년 입주한 송파파크하비오(3636세대) 전용면적 84㎡A형은 2016년 4분기 당시 7억6000만원대에 매물로 나왔지만, 지난 9월에는 약 54%가 뛴 11억7000만원대(KB국민은행 시세 참고)에 시세가 형성됐다. 4494세대의 매머드급 대단지 아파트인 올림픽훼밀리타운의 전용 84㎡A형도 같은 기간 56%가량 오르며 13억5000만원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 분양 당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 `평촌 어바인퍼스트`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사진 제공 = 포스코건설] |
지난 5월 말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평촌 어바인 퍼스트’(3850세대)는 1193세대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5만8690명이 접수해 평균 49.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경쟁률은 안양시 분양시장에서 역대 최고 성적이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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