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때 신인들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삼성이다. 하지만 올해 신인 선수 농사는 어느 해보다 풍작이다.
삼성은 3일 KBO리그 대구 KIA전에서 타선이 폭발하며 20-5로 크게 이겼다. 반드시 이겨야 가을야구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던 터라 의미 있는 승리였다. 삼성은 KIA와 승차를 1경기로 좁혔다.
양창섭(3이닝 2실점)과 최채흥(2이닝 무실점)의 1+1 카드 적중은 삼성의 승리 원동력이었다. 초반 기 싸움에서 버텨줬기 때문에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다. 특히, 4회 대타 나지완을 병살타로 처리한 후 5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운 최채흥은 시즌 3승째(1패)를 거뒀다.
↑ 삼성 신인 농사의 풍작이 된 양창섭(왼쪽)과 최채흥(오른쪽)의 등장.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두 투수는 2018시즌 신인 선수다. 최채흥이 1차 지명, 양창섭이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양창섭과 최채흥의 활약은 삼성의 올해 소득 중 하나다.
삼성은 최근 10년간 3명의 신인상을 배출했다. 최형우(2008년), 배영섭(2011년), 구자욱(2015년)이 그 해 가장 빛난 샛별이 됐다. 그러나 셋 다 중고 신인 자격이었다. 1차 지명이 부활한 2014년 이래 신인 선수가 입단 첫 해부터 빼어난 활약을 펼친 적이 거의 없었다.
삼성 팬도 신인 선수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해마다 투수, 야수 일부가 1군 무대에 섰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신인 선수 중 최다 출전 선수는 2016년 2차 3라운드의 임대한(26경기 28이닝)이었다. 주로 대수비로 나갔던 2017년 4라운드의 김성윤(22경기)이 신인 야수 중 최다 출전이었다.
괄목성장으로 국가대표까지 발탁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최충연도 입단 첫 해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12.91(7⅔이닝)을 기록했다.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었지만 실력 있는 후배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세대교체 실패는 삼성의 몰락과 직결됐다. 삼성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으나 2016년과 2017년 9위에 머물렀다.
때문에 올해 삼성 신인 선수 농사의 결실이 더욱 특별한 의미를 남긴다. 삼성의 2014년 이후 신인 1차 지명 및 2차 1라운드 지명의 포지션은 모두 투수였다. 그리고 양창섭과 최채흥은 첫 해부터 가장 성공한 경우다.
양창섭과 최채흥에 대한 기대치는 계약금 규모로도 잘 알 수 있다. 최채흥은 3억5000만원, 양창섭은 2억6000만원에 계약했다. 2014년 이후 팀 내 신인 선수 계약금 1,3위다. 2위는 2016년의 최충연(2억8000만원)이다.
시즌 개막부터 선발투수 한 자리를 꿰찬 양창섭은 17경기 6승 6패 평균자책점 5.33을 기록했다. 삼성은 물론 KBO리그 신인 투수 중 가장 많이 승리투수가 됐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 신인 투수가 승리를 거둔 것은 2014년 6월 20일 마산 NC전의 이수민이 따낸 1승이었다.
양창섭보다 시즌을 늦게 맞이했으나 최채흥도 두 차례나 선발승을 거뒀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이 3점대(3.57)로 안정적이다.
올해 신인 2차 3라운드의 김용하도 9월 엔트리가 확대된 후 부름을 받아 4경기에 나가
양창섭(82⅔이닝), 최채흥(22⅔이닝), 김용하(3이닝)는 108⅓이닝을 책임졌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신인 투수의 입단 첫 해 투구 이닝은 총 98이닝이었다.
양창섭과 최채흥은 삼성 마운드의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삼성의 마당에도 새 꽃이 피기 시작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