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전자파에 자주 노출되면 청소년의 기억력이 나빠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오른쪽 귀에 휴대전화를 대고 통화하는 청소년들의 기억력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위스 공중보건연구소(TPH), 바젤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벨기에 겐트대 등 스위스·미국·벨기에 공동연구팀은 휴대전화 전자파가 청소년 기억력 감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논문을 지난 23일 국제학술지 '환경보건 비평'에 발표했다. 휴대전화를 머리에 가깝게 두고 사용할 경우 '무선주파수 전자기파'(RF-EMF)가 뇌의 기억 성능 발달에 악영향을 미쳐 기억력 감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무선주파수 전자기파란 진동수 10kHz에서 300GHz까지 영역으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10kHz에서 275GHz까지의 주파수를 무선 통신용으로 분배한다.
연구진은 스위스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12~17세 청소년 7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전자파 노출과 기억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공립학교 6학년에서 9학년 사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삼은 이 실험은 앞서 2015년 같은 연구진이 벌인 실험보다 조사 대상을 두 배 이상 늘린 것이다. 휴대전화 사업자로부터 1년간의 통화시간을 제공받은 뒤 1년의 간격을 두고 이들 청소년의 기억력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 통화시간이 길고 전자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청소년일수록 형상기억이 덜 발달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형상 기억이란 경험하거나 배운 것을 머릿속에 새겨 뒀다가 시각적, 청각적 형태를 토대로 되살려내는 기억과정을 뜻한다. 아울러 기억력과 관련된 뇌 영역과 가까운 오른쪽 귀에 휴대전화를 대고 통화하는 청소년들의 기억력이 왼쪽 귀를 사용해 통화를 하는 이들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단, 통화시간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은 연구의 한계로 꼽힌다. 통화 외에도 문자 메시지, 게임, 인터넷 검색 등으로도 휴대전화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는데 그 영향은 배제됐기 때문이다.
마틴 뢰에슬리 바젤대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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