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통상임금 소송 등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던 자동차 업계가 올해도 녹록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 지표상 자동차산업이 8∼9년 전으로 뒷걸음질한 가운데, 부정적인 대내외 여건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수입차 '관세 폭탄'까지 현실화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2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산차의 내수 판매량은 76만711대로 작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습니다.
내수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한국지엠(GM) 사태까지 터지면서 판매가 크게 위축된 탓입니다.
2014년 이후 이어지던 국산차 내수 증가세는 3년 만인 지난해 꺾인 뒤로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 역시 122만2천528대로 1년 전보다 7.5%나 줄어 2009년(93만9천726대) 이후 9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미국 등 주요 시장이 계속 부진한 데다 원화 강세로 국산차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한 게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
국산차 수출량은 2015년 상반기부터 증가율(전년 동기대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상반기 기준으로 4년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수출과 내수 부진이 겹치자 국내 자동차 생산량 역시 최근 8년래 가장 적은 수준까지 추락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생산량(상용차 포함)은 200만4천744대로 작년 상반기(216만2천548대)보다 7.3% 감소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0년 상반기(209만9천557대) 이후 최저 기록입니다.
2016년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 순위에서 인도에 밀려 처음으로 6위로 떨어진 한국은 7위인 멕시코에 턱밑까지 추격당했습니다.
상반기 기준 멕시코 자동차 생산량은 195만6천810대로 한국과의 격차는 불과 4만7천934대에 그쳤습니다.
문제는 대내외 시장 여건이 당장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내수 시장에서는 수입차들의 공세가 무섭습니다.
국산차가 뒷걸음질 친 것과 달리,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은 14만109대로 1년 전보다 18.6% 증가했습니다.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수입차의 점유율도 작년 상반기 13.2%에서 올 상반기 15.6%까지 올랐습니다.
주요 해외시장인 미국은 금리 인상으로 신차 수요가 여전히 정체돼 있고, 중국은 판매 회복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사드 피해가 컸던 지난해의 기저효과로 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암초는 미국의 수입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입니다.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미국 안보를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입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수입차에 대한 조사가 "3∼4주 안에는 끝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달 말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일 25% 관세 부과가 결정되면 국내 자동차산업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미국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단일 시장으로는 가장 규모가 큽니다.
지난해 한국이 수출한 자동차 253만194대 중 미국으로 건너간 물량은 84만5천319대(33%)에 달했습니다.
현재 수출가격은 평균 1만4천500달러 선으로, 25%의 관세가 붙을 경우 단가가 평균 3천달러 올라 채산성을 맞출 수 없게 됩니다.
이는 결국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판매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완성차업체들은 장기적으로 국내 생산을 줄이고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하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자동차산업이 내우외환을 겪다 보니 최근 현대·기아차의 1, 2차 협력사가 부도를 낸 것도 업계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입니다.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인 리한은 매출 감소에 대규모 리콜 비용에 따른 자금 사정 악화로 지난달 산업은행에 워크아웃
업계 관계자는 "수천 곳에 달하는 1∼3차 협력사 중 2곳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아직 크게 불안해할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 환경이 악화해 이것이 줄도산으로 이어진다면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