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닝’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사진=MK스포츠 |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버닝’ 칸 영화제 출국 전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된 가운데,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와 이창동 감독이 참석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다.
이창동 감독은 “8년의 공백이 결코 짧지 않았다. 그래서 저한테도 어떤 영화로 관객을 만나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고민도 있었고 특히 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저도 자식이 있고, 학생들을 가르친 적도 있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같이 고민했었다. 그런 젊은이의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버닝’이 그 결과물이다”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요즘 세상이 어떨까 생각해봤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일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젊은이들은 어쩌면 자기 부모세대보다 더 못 살고 힘들어지는 최초의 세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쭉 발전해왔지만, 더 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젊은이들이 이 세상을 바라볼 때 수수께끼 같지 않을까. 지금 무엇 때문에 자기의 미래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지 찾기 어려운 세상을 마주하고 있는 무력감과 내제된 분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걸 직접적으로 다루는 영화는 아니고, 그런 젊은이의 상태를 일상 속에서 이 세상의 미스터리를 마주하는 영화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 ‘버닝’ 이창동 감독 사진=MK스포츠 |
또한 현재 극장가에서 압도적인 흥행을 보이고 있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와 개봉을 앞둔 ‘데드풀2’에 대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데드풀2’가 어떤 영화인지 잘 모른다. 다만 ‘어벤져스’의 강풍이 빨리 끝나고, ‘버닝’이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생겼으면 좋겠다. 저희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는데, 그렇게 자극적인 장면은 별로 없다. 물론 어떻게 받아들이는 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영화 자체는 다른 의미에서 꽤 자극적이고 재밌을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털어놨다.
‘버닝’은 오는 8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오는 16일 오후 6시30분(현지 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전세계 영화인들에게 공개된다. 이에 ‘버닝’의 주역인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가 참석해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특히 이창동 감독은 ‘박하사탕’ ‘초록물고기’ ‘밀양’ ‘시’에 이어 ‘버닝까지’ 무려 5번째로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하며 전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창동 감독은 “칸 초청이 되고, 우리 영화만의 어떤 특별한 점, 미덕이 있을까 생각했다. 제가 이야기하기에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어쨌든 저는 항상 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질문하고 답을 찾으면서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 태도는 ‘버닝’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에는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해 나름대로 느낌, 생각이 변화됐다. 그런 점에서 다른 방향으로 관객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만큼 받아들여질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속내를 밝혔다.
↑ ‘버닝’ 이창동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사진=MK스포츠 |
유아인은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는 소감으로 “부담스럽다. 사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칸 영화제에 가는 게 제 개인사가 아닌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고, 함께 만든 스태프 및 배우들이 영화를 알리러 가는 자리니까 그 곳에서 이 알쏭달쏭한 수수께끼 같은 영화를 잘 알릴 수 있길 바란다”며 “많은 분들이 ‘버닝’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버닝’을 통해 데뷔, 첫 칸 진출까지 이뤄낸 전종서는 앞서 영화 제작보고회에 이어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긴장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전종서는 “저번에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많이 떨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점차적으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스티븐 연은 “영화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버닝’은 훌륭한 경험이었다. 감독님, 배우들 및 모든 스태프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며 “‘버닝’은 보편적인 이야기라 세계에 더 많은 분들이 이 영화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전세계를 향해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엄청난 무대인 칸에 초청된 게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유아인은 “이번 영화에서는 본연의 연기로 다가갔다고 하기 보단, 강박에서 벗어났던 것 같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비교적 많은 작품을 했는데, 표현에 대한 강박이 있던 것 같다. 잘하고 싶어서 애쓰던 순간들이 있었다. 표현에 대한 강박들로 외향적이 된 제 관성에서 조금 벗어나려 했고, 감독님이 요구하셨던 것도 그랬다. 느낌위주로, 있는 그대로, 사실 적으로, 사실에 가깝게, 그런 걸로 인해서 해석의 여지를 더 크게 열어두는 연기를 해내는 게 이번의 과제였다”고 연기하며 중점 둔 점을 설명했다.
또 젊은이의 입장에서 본 ‘버닝’에 대해 “이번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는데, 저는 청소년들이 많이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참여한 소감보다 영화를 관람한 한 관객의 입장에서 전혀 다른 영화, 새로운 영화라고 느꼈다. 영화의 윤리에 대해 생각하게끔 영화인 것 같다
‘버닝’은 오는 5월 17일 개봉한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