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감소에 따른 재정적자를 이유로 폐교를 추진하다 철회한 서울 은혜초등학교의 학교 정상화 조처가 요식 행위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시교육청과 은혜초 학부모들 설명을 종합하면 은혜초는 오는 2일 개학을 앞두고 2018학년도 분기당 수업료로 397만원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급식비와 영어·예체능 교과활동비, 통학버스 운영비 등 수익자부담금을 뺀 액수로 기존(160만원)의 2.5배 수준입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1천588만원으로 4년제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작년 739만여원)의 배가 넘습니다.
은혜초는 가정통신문을 통한 설문조사 결과, 새 학기 학교에 다니겠다는 학생이 이달 13일 현재 35명으로 나타나 이런 비싼 수업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일 조사 때는 학교에 다니길 원하는 학생이 8명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 경우 분기당 수업료는 1천738만원(연간 6천952만원)이 될 것이라고 학부모에게 안내했습니다. 웬만한 법학전문대학원 1년 학비와 맞먹습니다.
학부모들은 이런 수업료 산정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일단 수업료 산정 기준이 되는 학생 수를 설문조사 결과가 아닌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상 재적 인원 132명으로 해야 한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합니다.
개학이 코 앞인 상황에서 전학절차를 밟지 않고 은혜초 학적을 유지하는 학생들은 앞으로도 학교에 다닐 의사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학교 측 설문조사에서 재학 희망자가 적게 나온 이유는 수업료와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교사해고 여부를 확인한 뒤 학교에 다닐지 결정하려는 학부모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재학생 34명을 기준으로 산출한 수업료가 날짜에 따라 달랐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전자가정통신문을 보면 은혜초는 이달 13일 재학생 34명에 교직원 9명 감축 시 분기당 수업료가 476만여원이라고 설명했으나, 21일에는 재학생 35명(교직원 언급 없음)에 분기당 수업료가 397만원이라고 일주일 만에 79만원 적은 액수를 제시했습니다.
폐교 논란 시 학교 측 입장을 대변했다며 학부모들이 해고를 요구하는 교사들을 학교 측이 '잔류교사'로 잠정 선정한 점도 학부모들이 학교 측의 정상화 의지에 의구심을 가지는 이유입니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은혜초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직원 급여 지급과 전학생 수업료 환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 법인 재정을 믿을 수 없어 수업료를 낼 수도 없는 상황"
서울시교육청 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육청과 은혜초 간 학교 정상화 협약에 학부모 의사를 최대한 반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학교 측이 정상화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법적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