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서울의 한 대형 체육관에서 열린 강남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시공사 선정총회 장면. [매경DB] |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재건축조합 비리에 철퇴를 가함으로써 강남 집값 상승에 우회적으로 제동을 걸려는 목적도 내포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7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시는 지난 15일 작년 말 현장점검을 실시했던 서초구 소재 5개 재건축조합에 현장점검 관련 추가 서면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점검을 하다 보면 특정 사항에 대해 확인받거나 근거 서류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조사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현장점검 결과는 이달 말 국토부가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 서초구청은 30명 규모의 합동조사단을 꾸려 지난해 11월 6~17일 1차 현장점검, 12월 4~15일 2차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1차 조사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시공사 현대건설)와 신동아아파트(대림산업) 등 재건축조합 2곳, 2차 조사는 방배13구역(GS건설) 등 재건축조합 3곳을 각각 대상으로 했다.
합동조사단은 출범 당시 시공사 선정과 조합총회 절차의 적정성을 집중적으로 따지겠다고 밝혔다.
또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위반 등 구체적인 불법 행위가 드러난 조합엔 부당이득 환수 등 행정처분을 내리고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검찰 또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방침도 나타낸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점검에서 상당수 조합이 과잉 이주비 수령 문제로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주비는 본래 재건축이나 재개발 과정에서 시공사가 조합원의 이사비용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통상 500만원 내외 수준으로 지급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강남권 재건축 열기가 달아오르며 상당수 단지에서 건설사들이 시공사 선정 대가로 적게는 2000만~3000만원에서 최고 7000만원에 달하는 사실상 뇌물성 과잉 이주비를 지급하면서 문제로 부각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법률자문 결과 과도한 이주비는 도시정비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조합 비리에 대한 철퇴가 강남 재건축시장 과열과 집값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 사업에서는 시공사가 이주비나 뒷돈을 조합에 주고 이후 설계변경 등을 통해 비용을 회수했고, 조합이 이를 사실상 묵인 내지 방조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재건축 조합원 입장에서는 수천만 원의 고정수익인 이주비가 사실상 '안전마진'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강력한 조사와 처벌로 이 같은 결탁 고리가 끊어진다면 사업 진행 속도는 자연스럽게 늦어질 수밖에 없다. 또 그동안 비리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수반된 비용이 분양가격에 전가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와 처벌로 무리한 분양가 인상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참여정부 시절 사례를 돌이켜봤을 때 조합 옥죄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내 최대 부동산 온라인카페인 '붇옹산스터디'의 강영훈 대표는 "2000년대 중반에도 당시 송파 잠실 1·2·3·4단지 재건축이 이상
그는 "앞으로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서 불법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귀감은 될 수 있겠지만 이미 강남에서 관심받는 단지들은 대부분 시공사 선정이 끝난 상태여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