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약바이오산업을 위한 매일경제의 화두는 '연결'과 '시너지'다. 글로벌 바이오스타를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와 창업 생태계, 전문가와 원천기술, 투자자와 바이오벤처가 자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매경은 이를 위해 올해 'MK바이오골드 클럽'을 발족하고 정부, 관련협회, 병원과 제약사, 선배 창업가 등 50여 명의 바이오헬스케어 전문가들을 멘토단으로 위촉했다. 지난 9일 멘토단 위촉식과 함께 '유전체 분석'을 주제로 열린 첫번째 IR포럼 및 멘토링을 지상중계한다. 이날 발표한 기업은 물론 다른 관련기업, 바이오 투자에 관심있는 매경 독자들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할 수 있도록 지면에는 요약버전을, 인터넷에는 멘토링 전문을 게재한다.
멘토단은 'MK바이오골드클럽' 출범을 환영하며 도움이 필요한 예비 창업자와 바이오벤처들을 적극 돕고싶다고 말했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을 외치지만, 그 실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멘토링에서 "4차 산업혁명을 심플하게 설명하면 모든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빅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인공지능(AI)를 통해 머신러닝으로 분석·예측한다는 기본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구조가 현재 가장 잘 형성되어 있는 곳이 헬스케어 시장이고, 빅데이터가 각광받고 많이 활용될수록 헬스케어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봤다. 자동차와 반도체 시장을 합친 것보다 큰 1000조 이상의 헬스케어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멘토들은 이 밖에도 유전체 분석에 대한 귀한 조언들을 쏟아냈다. 아래는 멘토링에서 오고간 문답과 조언.
◆ 유전체 분석과 장내미생물 연구가 만난다면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을 창업한 지 올해 20년이 됐다. 1997년 경제위기 때였는데 제가 그때까지 연구하느라 과기부 예산을 꽤 많이 썼다. 당시 담당국장이 "연구비 쓴 만큼 기여를 해야 하지 않느냐, 회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나는 경영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몇번이나 고사하다가 시작한 것이 마크로젠이다. 20년간 경영해오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새로운 벤처를 창업하는 것이 이 시대의 가장 큰 사명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가는 귀중한 일이더라. 오늘 발표하는 3billion과 엔젠바이오 싸이퍼롬, 3개 회사가 모두 미래가 밝은 분야에서 잘 하고 있는데 무술년에 큰 발전을 이룩하고 한국의 바이오 산업에 좋은 모델이 되길 바란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약물유전체 검사를 내놓겠다는 사이퍼롬에게 두 가지를 묻고 싶다. 첫째, 물론 개인 유전자가 중요하긴 하지만 최근 연구논문 등을 보면 약물 효능(efficacy)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장내미생물이다. 내 안에 어떤 장내미생물을 가졌냐에 따라 여러 항암제가 효과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그래서 유전자만으로는 좀 부족한 구석이 있을 것이다. 둘째, 한 가지 약물을 쓰는 경우도 많지만 고령사회는 여러가지 약물을 병용하는 다중약물요법(polypharmacy)이 많다. 이렇게 약물 간 상호작용(drug interaction), 여러 개의 신약이 섞였을 때 효과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포인트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이일송 싸이퍼롬 대표= 장내미생물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안다. 다른 약물 내 대사 유전자나 단백질 효소와의 상호작용 등 다른 변수가 많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어떻게 총체적인 약효(efficacy)에 대해 얘기를 할 것인지 디테일이나 기술적인 부분을 말씀드리면 좋을텐데, 저희가 보는 것들은 사실은 원-투-원 임상 실험을 통해 효능을 본 것이다.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약물의 효능을 좌우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 또 사람들이 약물이 안 들어도 죽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면서 약물 부작용이 올라와 죽기도 한다. 총체적인 것에 대해서 저희가 다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진 않는다. 단, 가장 중요한 '항응고제'의 타겟 단백질은 딱 한 개다. 그래서 이 중요한 단백질이 망가져 있으면 실제로 죽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이 약물에 10만건의 소송이 걸려 있다. 이렇게 확연한 증거가 있는 것들부터 먼저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것들이 되다 보면 이후에 다른 말씀하신 장내미생물이나 여러가지 것들이 어떤 정도의 효력을 발휘하느냐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느냐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희 로드맵 상으로는 '약물과 음식 연관성(drug-to-food)' '약물과 약물간 연관성(drug-to-drug)' 서비스도 미래 개발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 세 개 기업의 공통점을 보면 개인별 유전자 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가장 궁금한 부분은 '정상인과 환자를 비교할 때 정상인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개별 영역에서 나름의 DB 구축하고 의료정보와 결합해서 사업을 하겠지만, 이들 데이터가 호환되거나 병합될 수 있을지도 사회적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유전자 변이에 대한 정상 데이터들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글로벌 단위로 함께 연구해야 할 수도 있고, 여러 기회와 과제가 함께 있을 것 같다.
▶서정선 회장 = 굉장히 중요하고 미래에 마켓도 큰 분야다. 싸이퍼롬에게 말하자면, 인위적으로 약에 의한 부작용은 확실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도 좋다. 하지만 이미 우리가 노출이 돼 있기 때문에 경쟁이 심한 분야기도 하다. 한 가지 차별화 포인트라면, 약의 효능을 좋은 걸 어떻게 맞춰가느냐보다는 약의 부작용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 지금 가장 잘 맞는다는 약이 네 명 중 한 명에게만 맞는 실정이고, 스무 명 중에 한 명에게만 듣는 경우도 많다. 나머지는 무해무독한게 60%, 문제가 되는게 20~30%다. 치명적으로 문제 생기는 사람을 알아내는 게 중요한데, 목표를 약이 아주 잘 듣는 사람하고 아주 안 듣는 사람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하고 이 모든걸 제약회사랑 연계해야 한다. 다국적 제약사 약을 많이 써본 의사들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스티브 존슨 신드롬처럼 온 몸의 허물이 벗겨지는 부작용은 전 세계적으로 문제고, 모든 회사가 이 부작용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싸이퍼롬도 타겟을 분명히 해야 되고, 외국과 경쟁하지 않고 국내에서 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국내 규제(regulation)가 계속 걸리기 때문에 해외로 보내서 규제를 피하려는 것이겠지만, 계속 정부 설득하고 압박해서 그런 부분을 풀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 우리 바이오벤처도 BTS처럼…글로벌 스타 노려라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 좋은 발표 잘 들었다. 앞으로 진행될 멘토링 전반에 대해 팁을 드리고 싶다. MK바이오골드클럽 멤버가 상장하기 전 벤처기업인데 99점일 리가 없잖은가. 가장 부족한 것,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인지 인력인지 네트워크인지 이런 얘기들을 알려주면 멘토들이 맞춤조언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서정선 회장님이 지식도 많으시지만 아는 분이 더 많을텐데, 회장님이 네트워크를 원한다면 바로 연결해주실 것이다. 이런 식으로 원하는 분야를 미리 말해주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서정선 회장=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방시혁 대표의 전략으로 가야 한다. 3billion의 경우 단순히 국내 희귀질환으로 하면 너무 작은데 미국 등 글로벌로 나가면 굉장히 큰 시장이 있다. 가격을 낮춰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좋은 뜻을 가지고 일하다보면,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연결이 되고, 좋은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대박이 나고 회사도 커지지 않겠나. 엔젠바이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에서 창업하는 회사들이 모두 다 해외를 타깃해야 한다는 거다. 국내에서 안전하게 하는게 곧 의미가 없어진다. 해외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신감도 있고 좋은데, 황 상무님 말씀처럼 무엇이 필요한 지 요청하면 멘토들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 회장 = 저는 충남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대전 연구단지에 있는 벤처기업 모임 바이오헬스케어 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쪽 분야에 대해 아주 많이 알고 있지는 않지만 '내가 만약 유방암·난소암 발병률과 관련이 깊다는 브라카(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되나'라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봤다.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미래 위험성을 없애기 위해 유방을 절제해서 없애버리겠다"고 결정했지만, 사람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할 수 있지 않나.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몇 배가 된다'는 것을 안다면 절제하지 않는 한 계속 불안한 상태로 살아야 한다. 병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이런 정보는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염려된다. 유방암 같은 경우에는 유방암이 실제 발생하는 것을 조기에 검출할 수 있는 마커를 같이 개발해 함께 마케팅을 하시면 훨씬 더 좋겠다. 유전정보를 가지고 질병 등을 예측하는 분들은 '우리는 다 할 수 있다'고 홍보하기보다는 실제 환자가 받을 심리적 피해나 삶의 질 저하와 같은 부작용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타깃을 잘 설정해서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한다.
▶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 BRCA 유전자 검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유방암과 난소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유전자 변이가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치료를 목표로 검사하는 것이라 한국에선 타겟이 1차적으로 환자고, 향후 일반인이 검사해서 걱정 없이 살아가도록 하자는 취지다. 미국에서 서비스하려는 두 번째 타깃은 국립보건원(NIH)에서 권고한 유전성 유방암 난소암 가족력이 있을 경우 가족한테 권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환우 가족을 위한 시장이 없다. 제도에 맞게 사업해야 하고, 국내에서 유전자 검사가 남발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진단 기반의 정확한 상담을 제공하는 '제네틱 카운셀링' 경우도 미국은 전문가들이 그 결과를 충분히 상담해주는데 우리는 검사하고 끝이다. 의사밖에 카운슬링을 못한다. 그러다보니 충분한 상담 없이 환자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를 키우고 자격증을 줘서 데일리카운슬링의 기반이 만들어진 다음에 이런 진단이 진행돼야 산업계 선순환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황태순 테라젠이텍스바이오연구소 대표= 3billion이 병명을 모르는 희귀질환 환자를 타깃으로 해서 4993개를 동시에 분석하는 모델은 적절한 것 같고, 데이터가 누적되면 제약사와 손잡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보완했으면 하는 것은 좀 더 실행가능한 솔루션을 만들라는 것이다. 유전자 검사가 병원에 들어가든 제약사에 들어가든 '파는 것'에 목적을 두면 안 되고, 그 분들이 환자 치료에 있어 편의성과 정확성을 높여주고 사업이나 치료를 돕는 쪽으로 역할을 해야 조금 더 빨리 사업화할 수 있고 시장의 오해도 없앨 수 있다. 엔젠바이오는 전 세계에서 보험을 적용해주는 모델을 진단시약 패널로 잘 포지셔닝한 것 같다. 지금 어느 나라든 유전체가 산업화되는건 암, 치매·희귀질환 등 질병, 약물 유전체, 뷰티·라이프케어 이 네 가지다. 사이언스와 비즈니스 양쪽을 다 잡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MK 바이오골드클럽'같은 모임을 통해 멘토링해주면 좋겠다. 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해 외국에 다 돈 갖다 주는 부분을 우리의 기반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차세대 반도체 이어가는 산업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이런 모임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 국가 차원 '정상인 유전자 DB' 구축 나서야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제 생각에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비용이나 지금까지의 변화로 볼 때, 우리나라가 몇 년안에 다른 나라를 앞설 것 같다. 특히 우리가 건강검진 선진국인데,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건 우리나라뿐이다. 2~3년만 지나도 여기 앉아있는 분들이 모두 자신의 유전체 분석결과(게놈 시퀀싱)를 가지게 될 것이다. 저도 내년이나 내후년쯤 유전체 분석을 받을 것 같다. 사업하시는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빈약한 경우가 많다. 세 분은 비즈니스 모델을 잘 말씀해주셨는데, 현재 비즈니스는 사실 저 같은 일반인이 대상이지 전체 게놈 시퀀싱(whole genome sequencing)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 서비스의 클라이언트는 환자도 환자지만 병원과 의사도 있다는 점을 감안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병원과 의사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해야 그 분들이 자기한테 오는 환자들한테 해당 서비스 제품을 사용할 것이고 그래야 매출이 늘어난다. 제가 투자 의사결정을 한다면 병원이나 의사들이 이 서비스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겠다. 그래야 조금 더 부각이 되면서 투자자들이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이동호 교수=최근 장내미생물 관련 연구가 '빅뱅'이라고 할 만큼 활발하다. 장내미생물이 유방암에도 영향을 미친다. 브라카 유전자도 상당히 영향이 있지만, 저는 소화기내과니까 대장암을 보면 사실 대장암 중 유전자에 의존적인 건 약 10~15%에 불과하고 나머지 80~90%는 후천적 유전자 손상, 동물성 단백질 섭취 등에 따른 변화 때문이다. 유전자도 주목해야 하지만 장내미생물, 라이프스타일을 같이 봐야 질병 정복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목해서 봐야 할 유전자가 3만개라면, 장내미생물은 300만개 이상이라 이론적으로 100배 이상의 질병과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다. 대장암에서 음식의 세균은 암 예후를 예측하는 데도 중요하다. 앞으로 유전자를 봐야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또다른 '망원경' 같은 툴을 같이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환자를 보고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임상 전문의들을 자주 만나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캐치하기를 권한다.
▶이상헌 고대 안암병원 교수 = 제가 병원 정밀의학 사업화 5년 과제에 첫해를 하고 4년 남았다. 클라우드 위에 우리 병원에서 쓰는 모든 환자 차트를 올리고, 용어를 표준화해서 여러 병원이 같이 쓰도록 발전시키는 작업이다. 궁극적으로는 여러 병원의 빅데이터가 모여야 (오늘 발표한) 3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 내년 1월이면 안암병원에 테스터가 들어가고 이후 서울대 전북대 삼성서울병원 아주대 등 6개 병원으로 확대된다. 앞으로 병원 정보 시스템과 바이오 벤처가 서로 윈윈하면서 가야 한다. 우리 사업단 하는 것도 지켜봐주시고 앞으로 어떻게 빅데이터를 가지고 윈윈하는 모델을 만들지, 기업도 잘 되고 환자도 혜택을 보게 할 고민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이정일 제이영헬스케어 대표 = 정밀의료에서 분석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바이오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전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필요를 잘 읽고 그에 맞게 모델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이 부분에 가장 취약하다. 결국 비즈니스 모델과의 연결성이 관건이다. 세 회사의 서비스 모델링을 실제 시장과 어떻게 연결할 지 고민해보자.
▶신정섭 본부장= 유전체 기반 DB가 쌓일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 충분한 DB를 쌓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문제다. 정상인 유전자 DB를 만드는 것이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라고 말씀드린 게 그런 차원이였다. 투자자 입장에서 벤처는 첫번째 프로젝트가 잘 돼야 다음으로 가지, 그게 안 되면 가기가 어렵다. 사업 초기에 어떤 킬러 콘텐츠를 내세워서 성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결국 오늘 3개 회사에서는 공히 그런 킬러콘텐츠에 대한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또 한 가지는 여기 돈을 내는 주체가 서정선 회장님이 말씀하셨듯 제약사, 하나 더 꼽자면 보험사다. 이들을 대상으로 IR을 한다고 하면 내용이 어떻게 달라질 지 생각해보라.
◆ 빅데이터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게 규제완화를
▶이형배 삼성서울병원 연구지원실장(상무) = 정부 정책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금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데이터가 순환하거나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오늘 주제인 유전체 정보를 비롯해 장내미생물 등 굉장한 빅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데이터들은 많은 병원이나 개인 DB에 잠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통합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는데 규제나 법에 의해서 상당히 제한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안타깝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과 정책 당국자들의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 = 한국에서 NGS 기반 진단 관련 규제를 입안할 때는 기존 미국 시장이 무조건 정답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가격에 대한 규제보다는 제품의 질 측면에서 환자의 혜택이 어느 정도고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를 고려해 정책 입안을 한다면 가장 앞서 있는 미국시장보다도 안전하고 정확한 서비스가 한국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정선 회장 = 결국 규제와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 성공사례를 쓰고 있는 미국 유전체 분석기업 23andme는 사업 초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그러나 FDA가 소비자의뢰 유전체 분석(Direct to Consumer·DTC) 서비스를 더 이상 하지 말라고 규제를 가했다. 2008년에는 23andme 모델을 칭찬하더니 돌연 2013년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다 2017년 4월에는 끊임없이 제기된 클레임 때문에 '이건 진단이 아니고 유전적 건강 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이다' '리스크를 회피하자는 것이고, 이걸 하지 않으면 미래 의료 비용(cost)이 너무 높아지니 허가해달라'고 호소하니까 FDA가 놀랍게도 허가해줬다. 이는 똑똑한 벤처와 유연한 정부의 대표적인 예다. 한국에서는 굉장히 잘 안 되고 있는 부분이다. 전세계 바이오산업에 투자가 들어오고 빠르게 발전하는 것은 노인 인구 증가 때문이다. 전세계 의료 보험이 다 파산하게 생겼다. 의료 비용을 낮추는 것은 정부의 최우선 과제고 그럼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정부가 과감하게 앞으로 거의 목까지 차올랐기 때문에 이 정부에서 그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한국이 이런 문제를 풀어나가려면, 제도도 빨리 바뀌어야 하고 정부가 가진 건강보험 자료도 예비 창업자와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근본적으로 개인 유전체 정보가 개인의 자기 권한이라는게 분명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동호 교수= 제가 분당서울대병원 검진센터장을 수년간 했는데 미국 다수 유전체 회사들이 와서 프레젠테이션하고 혈액 가져가서 분석하겠다고 했는데 규제 때문에 못했다. 병원에서 유전체 얘기만 나오면 과잉반응하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 여러분들이 논의해주신대로 질병 예측 차원에서도 비용 줄일 수 있고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갖춘 아주 유망한 사업인데 정부나 국가 차원에의 배려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이런 모임이 있으면 규제 완화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정부 분들을 초청해서 논의했으면 좋겠다.
▶문지영 마크로젠 사장= 작년부터 정부 규제 완화로 DTC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고객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질병 분야는 빠져 있어 시장 확대가 더디다. 점진적으로 정부가 완화해준다고 하지만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정확한 시기를 몰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산업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계속 공청회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유전체 관련 규제가 단시일내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유전체 서비스를 하는 많은 바이오벤처들이 애로를 겪고 있는만큼, 유전체기업협의회 차원에서 꾸준히 정부에 의견을 내고 규제완화에 힘쓰겠다. 오늘 발표한 세 회사들은 각각의 상품들을 진단으로 활용을 할 것인지 진단을 보조할 것인지 구분해서 접근하는 게 좋겠다. 국내보다는 규제가 덜한 해외에서 서비스하는 것이 좋을 텐데, 해외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 고민해보라. 다방면에 저명하신 멘토들 앞에서 IR을 하다보니 하나에 포커싱할 수는 없겠지만, 시장에 어떻게 진입할 것인지 우리 회사의 정확한 고객은 누구인지 보완하시면 좋겠다.
▶김완섭 휴온스글로벌 대표= 진단이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쉽지않다. 기술 경쟁을 하면서 어떻게 사업화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하니 더 힘들다. 예를 들어 피검사처럼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할 것이냐, 아니면 아예 프리미엄 시장으로 갈 것이냐에 따라 모델이 확연히 달라질 거다. 향후 5년 10년간 100억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외국으로 가는 것이 맞는 걸까, 저희도 진단사업 하고 싶다가도 사업성 따지다보면 미루게 된다. 굉장히 시장성도 좋지만 사업화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이윤은 나겠지만 혈액 검사로 가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사업화할 것인지, 우리 좋은 기술을 어떻게 환자들이 쓸 수 있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기술 좋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구중회 LB인베스트먼트 전무=초기 바이오펀드를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의외로 해외시장 아는 분이 없다는 것이다. 세 개 회사가 규제는 물론 여러 숙제를 다 안고 있을텐데 디테일한 전략이 필요하다. 3billion 주고객은 미국도 있지만 아시아도 될 수 있다. 해외진출 전략을 짤 때 비용부터 마케팅까지 아주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짜야 한다. 전문가들과 수많은 미팅을 하시고, 마일스톤 등 회사가 그리는 시나리오도 보강하면 좋겠다. MK바이오골드클럽 운영방법에 대한 제안을 하자면, 투자자나 독자 입장에서 핫한 주제이기는 한데, 어떻게 수준을 맞춰 전달할지에 대해 고민하셔야 할 것 같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 저는 상장주식만 다루는데 기관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요즘 코스닥 바이오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의료기기는 많이 오르지 않았다. 내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성공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 로슈진단 같은 글로벌 공룡 업체들이 선점한 시장을 어떻게 비집고 들어갈 수있는지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큰 그림 제시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최대출 대표= 거창한 전략은 아니지만 바이오 회사에서 바이오만 갖고는 안 되고 실제 IT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IT전략을 같이 가서 고객을 포착(락인)해야겠다는 사업구상전략이다. 우리가 개발한 NGS 기반 분석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유럽 인증도 받았고 클라우드에 올려서 병원에서도 쓸 수 있도록 제공한다. 국내 병원은 시
[신찬옥 기자 / 정리 = 김윤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