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매일경제와 만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내년이면 미국 펀드매니저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들어온 지 5년째. 처음 한국에 돌아올 때의 다짐을 다시 새겨봤다. 월가에서 익힌 투자신념과 교육철학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 공유하면서 현명한 주식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했지만 말만큼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큰맘 먹고 버스를 한 대 구입하기로 했다. 이른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투자 교육을 하기 위한 투어버스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그만의 지출인 셈이다.
리 대표는1980년대 초 연세대 경제학과를 자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KPMG 등에서 회계사로 일하다가 투자회사 스커더스티븐슨앤드클라크에서 코리아펀드를 운용하기 시작하면서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가 됐다. 1984년 설립된 코리아펀드는 한국 시장에 투자한 최초의 뮤추얼펀드로, 당시 저평가된 한국 주식을 사들여 장기 투자를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1984년 뉴욕증시에 상장했을 때 불과 600억원이던 펀드 자산이 2005년 리 대표가 사임할 때는 1조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2005년 라자드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해 또 한 번 유명세를 탔다.
2014년 미국 생활을 접고 국내 운용사인 메리츠자산운용에 둥지를 틀면서 한국의 엄청난 사교육 열풍에 놀랐다. 사교육을 하느라 노후 자금에 투자할 여유가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는 당장 올바른 투자에 관한 대중 강연을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서울 메리츠자산운용 본사에서 열리는 이 강연에는 가족 단위 손님이 매회 150명 이상 찾아온다. 그는 "강연을
리 대표는 "한국에서는 연간 20조원이 사교육비로 들어간다"며 "자녀 과외비에 쓰느라 노후 자금을 준비하지 못하는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