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위해 입국한 지난 6일 취재진 앞에서 이렇게 입을 열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손흥민은 유독 대표팀에서 부진했습니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모여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선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대표팀에선 이름값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6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전에서 골을 넣은 뒤 1년 1개월 여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필드골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축구대표팀의 부진과 맞물려 손흥민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빗발쳤습니다.
손흥민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친선경기에서 자신의 주포지션인 왼쪽 측면 공격수에서 투톱 공격수로 보직을 변경했습니다.
슬럼프가 길어지자 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꺼내 든 특단의 조치였습니다.
그는 이날 이근호(강원)와 함께 투톱으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손흥민의 중앙 이동은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는 경기 초반부터 이근호와 함께 활발하게 콜롬비아 수비진을 두드렸습니다.
전반 3분 이근호의 오른쪽 크로스를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잡았고, 전반 7분엔 권창훈(디종)에게 스루패스를 받아 중앙 돌파를 시도했습니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흔든 손흥민은 전반 11분 천금 같은 선제골을 기록하며 포효했습니다.
득점 과정도 좋았습니다. 이근호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권창훈의 가슴을 맞고 손흥민에게 연결됐습니다.
손흥민은 혼전 상황에서 수비수를 등지다가 몸을 돌려 수비수 가랑이 사이로 절묘하게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무려 1년 1개월여 만에 대표팀에서 기록한 필드골이었습니다. 그는 아직 보여줄 것이 남았다는 듯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대는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손흥민은 1-0으로 앞선 후반 16분 최철순(전북)의 전진 패스를 받은 뒤 오른쪽 페널티 지역에서 한 박자 빠른 오른발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뽑았
이날 경기는 손흥민의 60번째 A매치였는데, 두 골을 사냥하며 통산 20골째를 채웠습니다.
그는 이제야 만족한다는 듯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키며 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대표팀은 손흥민의 부활을 발판 삼아 강적 콜롬비아를 2-1로 누르며 위기에서 탈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