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2017년 상승장 비교
이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스피가 역사상 처음 2000선을 돌파했던 10년 전보다 지금 상승 여력이 오히려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 밸류에이션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년 전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했을 때 코스피의 PER는 14배에 달했다. 기업들의 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도 2007년 코스피가 최고점일 때 1.86배였던 것에 비해 지금은 1.1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코스피시장이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것은 올해 상장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역사상 가장 가파르게 개선된 반면 주가 상승률은 2007년에 비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은 총 1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에는 코스피 전체 순이익이 전년 대비 27% 늘어난 반면 올해는 150조원을 달성하면 순이익 증가율이 47%에 달하게 된다. 전년 대비 영입이익 증가율도 3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분기 기준으로 사상 처음 15조원을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연초 이후 23%나 올랐음에도 저평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올해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50조원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2007년에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하기는 했지만 규모와 증가율 모두 올해와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2007년의 랠리를 기관과 개인이 주도했다면 지금의 상승장은 외국인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2007년 당시에는 적립식 펀드 붐이 일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 10월까지 13조원 이상이 순유입됐다. 전체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53.5%에 달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은 "결국 정보기술(IT)주에 대한 전망, 반도체 업황,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외국인 수급이 좌우될 것"이라며 "그러나 IT 업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꺾일 상황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센터장 역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이 업종의 바로미터가 돼버렸기 때문에 외국인이 급격히 IT 업종을 제외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0년 전 조선, 철강, 해운, 화학 등 중국 경제 성장의 후광 효과를 입었던 중후장대 수출 업종이 상승장을 주도했던 것에 비해 지금은
[신헌철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