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심판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9일 야권 대선주자들은 공식 일정을 취소한 채 정중동 행보를 펼쳤다. 각 주자들은 이날 하루 동안 탄핵 인용과 기각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심판 결과 후 밝힐 대국민 메시지 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말로 예정된 촛불집회 참석 여부를 두고서도 각 주자 캠프에선 고민에 빠졌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하더라도 여론이 이를 국민의 승리로 평가할지, 역사적 불행에 더 무게를 둘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집회 참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캠프 내부에서 커지는 모습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홍은동 자택에 머물며 헌재 심판 결과 동향을 예의주시했다. 문 전 대표 측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매일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문 전 대표는 막중한 역사적 책임감 가운데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선고 후 발표할 메시지에도 대한민국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는 역사적 사건 앞에서 느낀 비장한 각오와 책임의식이 담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심판 결과와 관계없이 11일 예정된 광화문 촛불집회에는 참석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원내 1당 지도부가 책임감있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심판 결과와 관계없이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보는 자제하고 국민통합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당 지도부의 이런 방침에 따라 문 전 대표 측도 주말 촛불집회 불참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 경선캠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선두 대선후보답게 당 지도부의 방침을 따르는 게 좋겠다는 얘기가 많다"면서 "집회 분위기가 격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심판 결과 이후 국민통합을 강조해 온 문 전 대표가 집회에 참석하는 건 부적절할 수도 있다"고 했다.
물론 문 전 대표가 촛불집회에 전격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캠프 소속 또다른 전직 의원은 "그동안 80%의 국민들이 일관되게 탄핵 인용을 지지해 왔다"면서 "탄핵이 인용된다면 문 전 대표가 국민들에게 공을 돌리는 차원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촛불집회에 단 한번도 빠지지 않은 이재명 성남시장 측도 주말 집회 참석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캠프 내부에선 인용될 경우 그동안 촛불집회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국민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주를 이루지만, "국민승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적잖다. 기각될 경우 오히려 이 시장의 집회 참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 이 시장은 이날 기각 가능성과 관련해 "바른 길을 훼손하는 장애가 발생하면, 승복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촛불을 더 높이 크게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민대통합 기조를 이어온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탄핵안이 인용되더라도 주말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안 지사는 그동안 촛불집회에 간헐적으로 참여해 왔지만 어느정도 거리를 둬왔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사상 처음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는 일은 대통령 지지여부를 떠나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선거캠페인을 벌이는 게 부적절하다고 보고, 주말 공개일정을 아예 잡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9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헌재는 인용으로 결론 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이 출발해야 한다"면서도 "선고 이후 국민이 느낄 불안과 고통을 더 추스르고 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촛불집회에 불참하며 다른 야권주자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펼쳐온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주말 촛불집회 대신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5대 종단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 국민통합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안 전 대표 측은 "정치적 문제는 국회 내에서 해결해야지 광장으로 나가면 국론분열로 이어지게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한 경선 일정표 초안을 작성하는 등 빠르게 경선국면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9일 공개된 초안에 따르면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본경선 후보자 등록을 받고, 22일 전국 250곳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전국동시투표가 치러진다. 이후 25일부터 이틀간 호남 지역을 시작으로 충청(27∼28일), 영남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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