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남미 좌파 국가들의 '수장'으로 불렸던 산유국 베네수엘라에서 국민 중 10명 중 8명 정도가 식량 부족으로 체중이 9kg 가까이 감소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베네수엘라 현지언론은 시몬 볼리바르 대학과 베네수엘라 중앙대학이 지난해 6500가구를 대상으로 생활조건을 조사한 결과, 약 75%가 식량 부족으로 평균 8.62㎏ 살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체 빈곤율은 82%에 달했으며 하루에 한 끼 내지는 두 끼 밖에 먹지 못하는 인구 비율은 2015년 11.3%에서 2016년 32.5%로 높아졌다.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과거 '오일 머니'로 명성을 떨쳤던 나라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가폭락과 세자릿수에 달하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심각한 식량·생필품·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식량 부족 현상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도입한 생산시설 국유화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04년 식품부를 신설한 뒤 농장과 공장을 국유화해 생산 부족 현상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13년 사망한 뒤 2014년부터 시작된 유가 급락은 베네수엘라의 식량 위기를 더욱 부채질했다. 수출의 96%를 원유에 의존하는 산유국 베네수엘라 정부가 재정적 위기를 겪으면서 수입에 의존하던 일부 식품 물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차베스 뒤를 이어 집권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식량 유통망을 통제하기 군을 동원했는데 정작 군부는 식량 밀거래에 나서면서 국민들의 고충이 더욱 커졌다.
유엔 남미 위원회는 올해 베네수엘라의 GDP가 4%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하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