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세뱃돈 받은 걸로 적금에 가입하려고 하는데요. 어떤 상품이 괜찮나요?"
"명절시즌에 가입하면 우대금리도 주고 1만원짜리 바우처도 나오는 아이행복적금을 추천드립니다."
지난달 설날 연휴 직후 신한은행 콜센터인 스마트고객센터에 본사로부터 '특명'이 떨어졌다.
"영·유아를 겨냥한 적금 상품 내용을 미리 확인하고 고객 문의가 오면 바로 소개하라"는 내용.
이같은 조치는 고객들의 상담내용을 분석하는 '빅데이터'를 적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해 설날 명절 전후 5일간 신한은행에는콜센터와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평소보다 2배 많은 무려 30여만건의 문의 전화가 몰렸는데 빅데이터 전담팀이 상담내용의 키워드를 뽑아보니 ▲적금 ▲상품 ▲통장개설 ▲신규라는 4개 키워드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적금 가입에 대한 문의 가운데 62.5%가 30·40대 고객이고, 특히 여성고객이 65.5%를 차지했다.
빅데이터팀은 이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설 연휴기간 자녀들이 받을 세뱃돈을 종잣돈 삼아 자녀명의로 통장을 만들고 싶어하는 '젊은 엄마' 들이 많다는 해석을 내린뒤 마케팅에 연계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내린 것이다. 여기에 맞춰 은행측은 콜센터 상담직원들에게 아이행복적금과 같은 영·유아 자녀용 특화상품 내용을 숙지하게 했고, 그 결과 연휴 이후 고객수를 부쩍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올해 설날 연휴를 전후해 이 은행에서 만 5세 이하 영·유아 명의로 새로 만들어진 적금계좌는 총 4700개로 집계됐고 이는 지난해 설 명절 시즌(1666건)의 약 3배에 달했다. 별다른 신상품을 내놓지 않고도 특정 연령대를 겨냥한 예·적금 계좌가 이렇게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신한은행이 이처럼 설 연휴 특수에 맞춘 빅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12월 국내 은행중 처음으로 STT(Speech To Text)와 TA(Text Analytics)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고객과의 전화 상담 내용을 자동으로 문서파일로 바꾸고, 여기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를 발굴하는 것이 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분석 대상에는 모바일 톡과 이메일을 통한 상담 내용도 포함된다. 이같은 사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빅데이터가 이제는 은행의 마케팅 영업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는 사례여서 주목된다. 그동안 무의미하게 쌓아놓았던 고객 데이터를 빅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상품 마케팅이나 대출 심사때 유용한 '정보'로 가공하는 노하우를 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화상담 내용은 녹취파일 형태로 일정기간 보관하지만, 하루에만 5만여건에 달할 만큼 숫자도 많은데다 음성자료다 보니 내용을 분석해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었다"며 "빅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해 상담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사전에 영업전략을 짜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빅데이터 경영'은 올해 3월 전후 영업을 시작하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선보일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주주인 KT가 보유한 통신 관련 빅데이터를 중금리 대출 심사에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이나 주부 등 평소 금융거래가 적은 탓에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의 경우 휴대폰비용 납부 기록 등을 바탕으로 다시 등급을 평가해 대출 가능 여부를 세심하게 따져보겠다는 전략이다. 앞으로는 역시 주주사인 GS리테일(편의점)이 갖고 있는 가맹점주들의 금융정보를 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권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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