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 부실을 지난해 4분기에 반영한 대우건설과 대규모 기술 계약 해지 악재를 맞은 한미약품, 스마트폰 사업부 부진이 계속되는 LG전자 등 10곳이 기대와 달리 적자 전환했으며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포함한 IT 부품주들의 적자폭도 예상보다 커졌다. 이 중 자동차 업종의 실적 침체가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물론 핵심 계열사 현대모비스도 같은 기간 6800억원으로 예상(8800억원)과는 동떨어진 실적을 남겼다. 기아차 영업이익(5322억원)은 전망치보다 400억원가량만 떨어져 그나마 체면치레했다.
'대장주' 부진 여파로 차부품 업체들도 일제히 부진한 모습이다. 현대위아·S&T모티브 등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60~90%까지 밑돌았고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전망치 대비 10% 이상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만도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095억원을 기록해 자동차 업종 중에서는 유일하게 전망치보다 높아 그나마 선전했다.
지난해 4분기 부진 여파로 올해 1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최근 증권사 컨센서스와 실제 실적 간 괴리가 크지 않아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2012~2014년 실제 기업들의 실적과 증권가 전망치는 평균 20.3%나 차이 났으나 최근 들어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8분기 동안 평균 6.9% 차이로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까지 집계된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이 전망치보다 11.6%나 밑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충격이 크다는 뜻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의 판매 성장률 둔화에, 과열 경쟁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까지 겹쳐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 자동차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2322만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구매세 인하정책 변경 전 선수요가 몰린 탓"이라며 "올해는 중국 시장 수요 성장세 둔화와 경쟁 심화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역설적으로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거둔 기업들을 관통하는 낱말은 '내수시장'이었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내 정치 불안, 이에 따른 내수 침체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컸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매일경제신문이 이달 9일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상장사 151개를 조사한 결과 50개 기업이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유통 기업 실적이 눈에 띄었다. 롯데쇼핑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027억원에 불과했지만 실제 실적은 3856억원에 달했다. 컨센서스에 비해 90.3% 더 나온 것이다. 롯데쇼핑은 부가가치세 기납부액 환입금(1368억원)과 종합부동산세 환급금(243억원)이라는 일회성 이익을 감안해도 전망치보다 높은 실적을 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과 롯데하이마트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7.4%, 48.6% 성장했다"며 "할인점은 적자폭을 줄였으며 편의점 사업에서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대장주' 롯데쇼핑 외에도 BGF리테일(25.1%), 이마트(22.3%), GS홈쇼핑(10%), 신세계인터내셔날(9.4%), 신세계(5.9%) 실적도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최순실 사태'가 도리어 실적 호조를 불러온 기업도 있다. 패션 브랜드 디스커버리, MLB 등으로 유명한 아웃도어·스포츠의류 업체 F&F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96억원을 기록했다. 컨센서스(175억원)에 비해 68.8%나 높은 수치다. 특히 지난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전년 대비 12%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 회사 아웃도어 브랜드인 디스커버리는 35%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겨울 강추위 예보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주말 집회로 방한의류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수시장 외에 업황, 해외시장,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 등의 효과에 힘입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기업도 있었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중 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 실적이 대표 사
[이용건 기자 /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