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병풍’에서 대학로가 인정하는 ‘주역’, 이제는 자타공인 ‘신스틸러’가 되기까지, 배우 서이숙의 오랜 연기 인생 이야기는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치열한 연기 고민 속에서 얼마 전 만났던 문근영이 떠올랐다. 그 역시 이 대선배가 했던,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고뇌를 똑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근영씨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면서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해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 공연 이후 무대 연기에 대한 쓴 소리도 적잖게 듣고 있다”고 하니, “당연히 아직은 무대가 버거울 나이다. 하지만 분명히 이겨낼 아이”라며 강한 신뢰를 보였다. 이어 “많은 사람들의 기대, 동시에 질타, 아픈 댓글들…분명 당장은 힘들고 속상하겠지만 주인공으로서 감당해야할 당연한 무게이자 특권”이라고 했다.
어떤 후배든 절대 연기 지적 안 한다고 했다. 결국 그런 건 부질없는 일이란다. 다만 “근영이를 비롯해 근영이와 비슷한 고민, 아픔을 겪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분명 지금의 이 시련이 후에 엄청난 자산이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하루하루 무대에 서는 게 얼마나 큰 경험이고 소중한 공부인지, (근영이 같은) 똑똑한 친구들은 다 알고 있을 거예요. 사실 지금 그 어린 나이에 무대에서 환호와 박수만 받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좋은 배우가 되려면 젊고 열정이 넘칠 때 많이 깨지고 장점 보다는 단점을 알고 보완해야 해요. 그래야 넓고 긴 배우가 될 수 있죠. 저 역시 지금도 꾸준히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고, 감독이나 동료들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때론 슬럼프에 빠지고 힘들고 괴롭지만, 결국 고뇌 속에서 답을 찾고 다시금 한 발짝 나아가려고 하죠. 젊은 배우들은 당연히 이 과정을 더 치열하게 이겨내야 해요. 앞으로 할 일이 많은, 창창한 친구들이잖아요.”
서이숙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안 해본 걸, 잘 못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걸 부끄러워하지 말고 더 끈기 있게 해 나가면 된다.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꿈과 목표가 있다면, 그것을 위한 철저하고 섬세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흔히 배우들에게 ‘까칠하다’ ‘까다롭다’ ‘예민하다’ 등의 수식어가 많이 붙는데 적당한 선은 필요하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부분적으로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감정들을 자유자재로 갖고 놀듯이 표현하려다 보면, 결국 온 몸이 열려 있어야 하거든요. 평상시에도 모든 신경이 열려 있다 보니 다소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아, 물론 이것이 과도하게 변질되면 민폐겠지만요! 하하!”
서이숙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바쁜 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재 출연 중인 일일극 ‘다시, 첫사랑’에 이어 내년에는 특별 출연한 영화 ‘특별시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새 드라마 ‘역적’ 역시 현재 촬영에 한창이다.
“올해에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낸 것 같
배우 문근영·박정민 주연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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